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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직자들 중기서 새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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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직자들 중기서 새 “둥지”

입력
1996.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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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기협중앙회 인력정보센터 개설 구직 알선/중기 구인희망 1,500건 확보… 유사직종 소개/재취업자들 “성취감 얻을 수 있어 신바람 난다”대기업인 모전자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김모씨(39)는 요즘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김씨는 올들어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감원설이 돌자 서서히 본인에게 퇴진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 직장생활을 하며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었으나 지방대학을 나와서인지 다른 과장들보다 진급도 더디고 핵심부서를 거치지 못했던 게 약점이었다. 상사가 노골적으로 회사를 위해 그만두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하자 7월말 사표를 내버렸다.

가족에게는 지방출장을 가게됐다며 침통한 심정으로 한달동안 전국을 방황하며 여름을 보낸 김과장은 지난달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설립한 고급인력정보센터를 찾았고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반도체장비 제조회사인 K사를 소개받아 면접을 통과했다. 이달 1일부터 출근한 김씨가 맡은 보직은 영업부장.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자리로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바람이 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최근 불황을 맞은 대기업들마다 명예퇴직이나 사원재배치를 추진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새인생을 찾아야하는 이들 조기정년퇴직자들에 대한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의 조언은 간단하다.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보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현재 이 센터에 접수된 중소기업의 구인희망자는 모두 1,000여명.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부장-과장급을 「중견인력」, 임원이상을 「고급인력」으로 구분해 중소기업에 소개해주고 있다. 물론 구직희망자들이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와 가장 유사한 직종을 찾아 소개해준다. 8월초 개설한 이 곳을 통해 지금까지 취업이 이뤄진 사람은 60여명이다.

전대길 소장은 『현재 등록된 구직자는 총 1,600여명인데 대부분 1-2차례씩 면접을 보도록 해줬다』며 『취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중소기업들이 거절한 사례보다는 본인들이 거부한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센터측은 그러나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기업을 함께 키워간다는 보람을 만끽한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인력정보센터에도 중소기업들이 500여명의 경력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다.

중견철강업체인 P사의 영업부장을 끝으로 퇴사한 이모씨(59)는 지난달 중순 경기 강화군소재 T조경산업의 공장장 직을 맡아 취업했다. 특수기술을 사용해 건축물에 필요한 석재를 가공 공급하는 이 회사에 취직하자마자 이씨는 공장에 야전침대를 갖다놓고 숙식하며 현장에서 뛰고 있다.

『이번 일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는 이공장장은 『대기업에 근무할 때보다 훨씬 빨리 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중소기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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