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선택·논조도 서울중심 탈피 계속돼야인도를 생각하면 우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델리의 빈민촌, 피리를 불어 뱀을 움직이는 터번을 쓴 거리의 노인, 파키스탄과의 분쟁, 핵무기,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소 등을 떠올리게 된다. 인도에 관한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만을 접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뉴스 흐름에서 인도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있는 문화나 사상 또는 정상적인 일반인의 삶과 희망등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선진국들이 만든 통신사(AP AFP UPI 등)들이 국제뉴스 흐름을 지배하고 있어 제3세계 뉴스들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3세계의 분쟁, 데모, 쿠데타, 재해, 그리고 희귀한 현상들에 관한 뉴스들, 다시 말하면 선진국의 시각에서 뉴스가치가 되는 것만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신문들을 중앙지 또는 전국지라고 하고, 각지역에서 발간되는 신문들은 지역신문 또는 지방신문이라 일컬어진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중앙집권적 현상, 정확히 말하면 서울집권적 현상을 보여왔기 때문에 서울뉴스가 전국뉴스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서울에서 발간되는 신문들은 전국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중앙지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히 각 지역의 뉴스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중앙지 나름대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각 지역에 취재본부를 두어 지역특집판을 꾸미고 분공장을 지어 지역에서 바로 인쇄하여 각 가정에 보급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는 제3세계 뉴스취급에서 선진국의 가치가 제3세계의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뉴스선택에서 서울적 가치가 지역적 가치보다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10월15일 김영삼 대통령은 정보화추진 6대 과제를 발표하고 21세기를 대비해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국일보는 이에대해 발빠르게 당일부터 경제면에 「국가경쟁력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게재하기 시작했다. 6개의 시리즈 토픽중에서 정보화의 문제점 특히 중앙과 지역간의 정보화 격차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그것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부정적 측면에 미리 대비해야 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시리즈에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경제적 격차가 심각한 지경에 정보화 격차까지 나면 지역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의 인종간 격차나 대립보다 훨씬 심한 것이 한국에서의 지역간 격차와 대립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적 사고에서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16일자 1면 「쌀쌀한 아침 서울5도」라는 기사는 전국적으로 날씨가 추워졌다는 보도에서 왜 「서울」을 제목으로 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최저기온을 기록한 곳을 제목으로 달든지,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 광주 부산 정도는 다같이 제목으로 달아야 하지 않았을까.
14일자 5면 칼럼, 15일자 사회면의 서울대 개교 50년에 관한 기사에서도 중앙적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자식들이 공부 잘해서 서울대에 입학하는 것이 많은 학부모들의 꿈이었음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 개교 50주년에 관한 기사를 다같이 50주년을 맞이한 다른 대학보다 크게 싣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사설같은 난에서 서울대 50년을 언급하는 것은 도에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가 국가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서울대의 성장이 나라를 키웠고 나라의 성장이 서울대를 키웠다」는 식의 언급은 아무리 생각해도 중앙우월적인 사고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지역대학이 처한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13일자 영남특집에서 「기업성장 지방이 더 유리합니다」제하의 기사는 지역의 가치를 알리는 좋은 기사였다. 언론사 가운데 지역 분공장을 제일 먼저 세운 한국일보가 지역에 관한 관심이 특별하다는 것은 독자들이 알고 있다. 뉴스 선택과 논조에서도 서울중심의 사고를 하루빨리 벗어나 명실공히 전국지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 한국일보가 되기를 바란다.<장익진 부산대 교수·미 플로리다주립대 신문학 박사>장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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