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에 클로즈업된 미술거장의 여성편력/홉킨스 호연불구 일부선 “지나친 흥미묘사” 비난20세기 최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삶을 다룬 영화 「생존하는 피카소(Surviving Picasso)」가 미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국의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작품활동만큼이나 왕성했던 그의 여성편력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환갑을 넘긴 피카소가 1943년 독일군이 점령한 파리의 한 카페에서 스무살을 갓 넘긴 법학도 프랑소아즈 길로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첫눈에 반한 피카소는 프랑소아즈에게 접근하고 그녀 또한 피카소의 마력에 빠져 부모의 반대에도 아랑곳않고 피카소와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맛본다. 아이도 둘이나 낳게 되자 자신이 피카소의 마지막 연인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프랑소아즈는 피카소의 거만함, 특히 여자를 항상 노예취급하는 그의 남성우월주의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는 피카소가 또다른 여인 재클린에게 눈을 돌리자 두 아이와 함께 미련없이 그의 곁을 떠난다. 현재 74세로 뉴욕에 살고 있는 프랑소아즈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데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영화에는 또 그녀외에 발레리나 출신의 첫부인 올가, 사진작가 도라 등 피카소에게 버림받은 여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이 영화가 피카소의 여성편력과 괴팍한 성격묘사에만 치중했다고 비난했다. 20세기 미술사에 거대한 획을 그은 그의 삶을 얄팍한 흥미위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력은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 「닉슨 대통령」에서 닉슨의 내면세계를 훌륭히 연기했던 명배우 앤소니 홉킨스는 이번에는 피카소를 감쪽같이 재연해냈다.
한편 아이보리 감독은 피카소의 유족들이 이 영화에 피카소의 진짜 작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버티자 그의 그림을 직접 본떠 그리기도 했다. 때문에 피카소와 그의 작품에 매료됐던 미술계 인사들은 『영화에 나오는 피카소의 모조품만큼이나 이 영화는 피카소의 본질을 다루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