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회서 이창호·조훈현 등 격파… 세대교체 선도바둑계에 「신예 3인방」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 바둑계가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의 4인방 체제에서 「이―조―유」의 3인방 체제로 개편되고 있는 가운데 최명훈 5단, 김승준 김성룡 4단등 「신 3인방」이 「구 3인방」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조만간 기존 3인방 체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20대 청년기사들로 구성된 신 3인방 가운데 선두주자는 단연 최명훈 5단. 21살로 이창호와 동갑인 최5단은 올해 제27기 명인전에서 도전권을 획득, 이창호 9단에 2승3패로 석패했으나 그동안 조훈현 유창혁을 제외한 국내 기사로서는 최초로 도전기에서 이9단에 2승을 거둬 세계최강 이창호 9단과 「호선승부」임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최5단은 여세를 몰아 기성전에서도 도전권을 획득, 이9단과 또 한차례의 도전기가 예정되어 있으며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제1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는 조훈현 9단을 물리치고 당당히 4강에 진출, 기염을 토했다. 4인방 이외의 국내기사가 세계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은 최5단이 처음이다.
김승준 4단은 올해 군 제대후 LG배에서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무궁정수) 9단과 중국의 조대원(차오다위안) 9단을 차례로 물리치며 8강전에 진출, 세계 바둑계의 강호로 급부상했다. 김4단은 이미 94년 제17기 국기전에서 도전권을 따내 대성이 예고되었던 유망주. 영화배우 못지 않은 훤칠한 외모에 서글서늘한 성품으로 선후배들에게 두루 호감을 얻고 있는 미남기사로 기풍 역시 외모답게 시원시원하다.
꽁지머리 칠부바지 노트북컴퓨터 등 첨단패션에 재기발랄한 언동으로 「X세대 탤런트기사」로 불리는 김성룡 4단은 최근 다시 삭발을 했다. 이번이 세번째다. 삭발이유는 삼성화재배 때문. 원래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기 때문에 병역의무가 없는 김4단은 국내에서 바둑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스스로 미국시민권을 반납, 올여름에 입대예정이었다. 그러나 삼성화재배가 창설되자 이 대회에 출전키 위해 군입대를 연기했다. 대국료를 몇 푼 더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대회에서 준우승이상을 차지하면 이창호처럼 공익근무요원으로 지정돼 떳떳이 군복무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4단은 결국 삼성화재배에서 고바야시 사토루(소림각) 다케미야 마사키 9단 등 일본기사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다음 상대는 한국기사킬러로 일컬어지는 요다 노리모토(의전기기) 9단. 과연 김4단이 결승까지 진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바둑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 신3인방은 모두 한국기원이 매년 시상하는 바둑문화상 신예기사상 수상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최5단이 93년 제1회 신예기사상을 수상했고 김승준 4단은 제2회, 김성룡 4단은 제3회 수상자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조치훈, 고바야시 고이치(소림광일), 유시훈 등 정상급 기사들은 모두 신인왕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 신예기사상 수상자들이 최근 맹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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