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기밀누설 법 처리 난점/자금추적·자백유도 양동책 펼듯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진상규명지시 이후 수사의 주체를 대검중수부로 격상, 수사선언과 동시에 무기중개상 권병호씨(54)의 주변인물들을 소환하는 등 이 전장관 사법처리를 향한 본격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이 전장관이 권씨에게 써준 영문메모가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지와 경전투헬기 및 공군형장갑차사업추진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에게 인사청탁목적으로 귀금속을 전달했는지 여부 등이다.
검찰은 세가지 쟁점중 「뇌물수수」의혹규명을 수사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무기납품을 둘러싼 군납업체―무기중개상―군의 검은 커넥션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지만 다른 두가지 사안으로 이 전장관을 사법처리하기에는 법률적 난점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선 이 전장관이 인사청탁을 위해 소영씨에게 3천5백만원 상당의 다이아목걸이와 반지를 건네준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소영씨가 공무원 신분이 아닌만큼 뇌물공여나 뇌물공여의사표시 혐의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 검찰은 소영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지만 소영씨측이 『권씨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려한 보석을 되돌려주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는 터여서 이 전장관의 부도덕성을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94년 8월 권병호씨에게 CDS(F16전투기 고장유무 자동점검장치)사업과 관련된 영문메모를 건네준 부분은 군사기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 따라서 일반형법의 「공무원이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한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사법처리의 관건이다. 이 죄의 규정목적이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기밀누설로 국가의 기능이 위험하게 됐다고 판단될 경우 처벌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 전장관의 해명대로 이미 CDS도입이 취소된 계획이라면 비밀로 보고 처벌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검찰은 대우와 이 전장관의 직접적인 자금수수를 캘 수 있는가에 수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을 쥔 권씨를 강제로 데려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대우관계자와 이 전장관의 자백이 유일한 수사단서』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이 전장관 주변을 압박하면서 「자백」을 유도하는 양동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이 전장관 개인차원의 범죄」로 보고 가급적 이른 시일내에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어서 이번 수사가 방산업체 납품비리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장관의 1억5천만원 수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의 재직시 무기도입사업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사정이 불가피해 「급한 불끄기」차원에서 수사를 매듭지을 수 없는 상황도 예상된다.<김승일 기자>김승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