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거품을 빼느라 야단이다. 국민과 기업들에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해줄 것을 호소해온 정부는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효과가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나름대로 기업도 살리고 정부정책에도 호응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거품은 마땅히 빼야 한다. 뒤늦게나마 모두가 거품제거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사회에 만연한 거품은 실상 기업과 정부가 불어넣어 준 것이다. 기업들은 일시적으로 장사가 잘된다고 선심쓰기에 급급해 근로자들에게 바람과 거품을 집어넣었고 정부는 실현될지도 모를 미래의 화려한 청사진들로 국민은 물론 이 사회 전체에 헛바람을 불어넣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신의 실생활수준과는 상관없이 중산층으로 여기며 우리나라가 마치 선진국이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정부의 「성공적인」 비전제시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은 좋지만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이 마치 내일의 현실인양 국민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바로 거품이고 헛바람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여건은 여전히 개도국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구조의 문제점이 한두군데가 아니고 의식수준도 한참 뒤떨어져있는데 정부는 실현여부도 불투명한 2000년대의 모습을 화려하게 제시했다. 정부가 제시한 2000년대의 청사진들은 현재로선 솔직하게 표현하면 우리의 희망사항이다.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020년의 「21세기 경제장기구상」이 좋은 예다. 국내총생산이 4조810억달러로 영국을 제치고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7위, 1인당 실질GDP는 영국과 비슷한 3만2,020달러, 교역량은 2조4,400억달러로 세계 6위, 평균수명은 77세, 국민 5명중 2명이 승용차를 보유하고 주택보급률은 2005년에 10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을 서둘러 추진한 것도 국민들에게 헛바람을 불어넣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11일 우리나라의 OECD가입이 결정됐지만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 서부유럽의 선진국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OECD에 가입만 하면 바로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복지와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해왔다.
정부도 이젠 불투명한 미래의 청사진을 가지고 현실을 덮어두려는 행태는 버려야 한다. 솔직해야 한다. 온 국민들이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현실에 바탕을 둔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이 정책을 믿고 따르지 허황된 청사진을 제시하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 스스로 대책이나 조직에서 거품과 바람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두가 거품제거에 한창인 때에, 거품을 제거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대책을 들여다 보면 곳곳에서 거품과 바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듯 해보이지만 막상 들춰보면 손에 잡히는게 별로 없다. 곳곳에 전시성 거품이 보인다. 정부정책에 화답한다고 내놓는 기업들의 대책들에도 거품이 끼여있는 것은 물론이다.
거품 제거대책에 거품이 들어있다면 거품제거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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