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드 “러시아 위기 옐친 탓”/러 총리 “진작 해임했어야”… 하원,검찰조사 촉구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알렉산데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를 전격 해임한 데 이어 18일 체첸특사 자격마저 박탈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날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까지 레베드의 쿠데타 예비음모 혐의에 대한 검찰조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러시아정국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레베드는 해임 하루만인 18일 옐친 대통령을 직접 비난, 권력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WT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옐친은 늙고 신물나는 인물이며 러시아 사회가 처한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라며 자신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권력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어떻게 경영할 지 생각해보기 위해 오늘밤엔 「이반 대제」공연을 보러 갈 것』이라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레베드는 해임발표 3시간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에 격동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며 군인들의 체불임금 지급 시한인 25일부터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베드는 체첸내전 사태와 관련, 『체첸의 평화는 내가 없으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베드야말로 평화협상을 진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밝혀왔던 체첸반군측의 모블라디 우두고프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과정이 정착되기를 바라지만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러시아가 전쟁을 다시 원한다면 곤경에 빠지는 것은 우리가 아닌 그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레베드의 해임을 발표한 옐친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TV에 등장한 옐친은 다소 긴장되고 창백한 모습에 몸의 중심을 잡지 못했으며 레베드 축출포고령에 서명하는 자세도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총리는 레베드 해임발표 직후 『옐친 대통령이 진작 레베드를 해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체첸평화안을 이끌어낸 레베드의 역할에 대해서는 칭찬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그가 서명한 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마이크 메커리 백악관대변인은 『레베드 해임은 러시아 내부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머스 피커링 러시아주재 미국대사는 레베드의 해임으로 크렘린이 권력공백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도 이번 사태로 체첸평화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외신="종합">모스크바=이진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