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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유출」 국조권 발동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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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유출」 국조권 발동하라(사설)

입력
199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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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전 국방장관이 1994년 합참의장 재임때 미국의 무기중개상에게 공군의 정밀장비구매계획을 자필서명이 든 영문메모로 전달한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누구보다도 국방관계기밀, 특히 군사기밀을 엄중 관리해야할 핵심적인 군수뇌가 오히려 무책임하게 유출시킨 것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비록 그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이 사건은 나라의 안보관리의 기강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우선 국회는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국민회의측 주장에 따르면 이 전장관은 미 UGI사소속 무기 브로커인 권병호씨에게 F16전투기의 고장여부를 자동점검하는 장비(CDS)의 구매계획과 97∼2000년까지 지불할 예산액까지 기록한 메모에 사인까지 하여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민을 더욱 아연케한 것은 메모의 전달시기가 94년 8월인 점이다. 이때는 건군이래 최대 군부정사건인 소위 율곡비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마무리된뒤 2명의 전직국방장관과 전해·공군참모총장 등이 구속된 것을 비롯, 군에 36건의 제도개선과 고위인사 55명의 징계가 요구됐던데이어 군도 대대적인 자체감사를 끝낸직후였다.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유용한 부정이 파헤쳐지고 있는 와중에 무기상에게 고급기밀을 건네준 것은 중대한 배임행위로 그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전장관의 해명은 더욱 납득이 안간다. 그가 「문제의 부품이 국산으로 대체가 가능해 구매를 취소했다」는 것도 그렇고 「권씨가 사업이 계속된 것처럼 해주면 1년간 면직을 피할 수 있다고 호소해 써줬다」는 것도 그렇다. 도대체 개인 사정을 호소한다고 해서 군의 총수가 하찮은 기밀이라하더라도 공직의 직함으로 서명까지해 줄 수 있는가.

국민들로서는 너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국가안보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안이어서 여러가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특히 권씨가 이 메모를 갖고 5년동안 협박해 왔다는 이전장관의 술회는 놀랍기만하다. 혹시나 양자간에 금품수수 등 더깊은 거래는 없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제 이 사건은 안보태세 및 군기밀 관리의 점검, 나아가 군의 바른 위상을 위해서도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공정한 진상조사의 길은 국회의 국정조사권 발동이다. 특조위를 구성, 이 전장관과 권씨 등을 불러 공개리에 조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조위에서는 야당이 뒤이어 폭로한 이 전장관의 공참총장진급을 위한 로비설, 경전투헬리콥터사업과 관련한 수뢰설 등도 아울러 규명해야 한다.

정부·여당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조사권 발동에 흔연히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이 사건이 여야의 정치적 논쟁거리로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진실규명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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