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촉촉한 서정 “가슴을 따뜻이”요즘처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을 느낄 때면 성급하게 방송을 타는 노래가 있었다. 『이르긴 하지만 첫눈을 기다려 봅니다』는 DJ들의 멘트와 함께 샹송가수 살바토르 아다모(53)의 「Tombe La Neige」(눈이 내리네)는 저만치 오고 있던 겨울을 성큼 당겨놓았다.
이 노래는 마치 눈을 기원하는 주술처럼 늦가을과 초겨울 빈번하게 들리다가 첫눈이 오는 날 절정을 이뤘다. 방송은 물론 거리의 레코드점들은 모두 합창을 하듯 「Tombe…」를 내보내며 겨울의 분위기를 돋우었다.
63년, 약관의 아다모가 작사·작곡해 취입한 이 노래는 그를 세계적인 샹송 스타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전에 부른 「La Nuit」(밤의 멜로디), 「Sans Toi Mamie」(너 없이는)등도 유럽과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얻었지만 「Tombe…」야말로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이 노래는 눈 오는날 단골 레퍼토리의 하나이다.
<눈이 내리네 그대 오지 않는 이밤에 내 마음은 검은 옷을 입네 이 비단과 같은 행렬 모든 것은 하얀 눈물 속 나무에 앉은 새는 처절하게 울고있네>눈이>
눈 오는 밤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읊고 있다. 꿈결같은 아다모의 목소리, 쉽게 이해되는 멜로디 그리고 짙은 계절의 서정이 뒤엉켜 있다.
경음악평론가 최경식씨는 『아다모의 노래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생명으로 한다.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는 지역인 이탈리아 시실리섬에서 태어나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멜로디가 강한 그의 노래는 동양 사람들에게 특히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그래서인지 「Tombe…」처럼 우리 가수들에 의해 많이 불리워진 샹송도 드물다. 70년대 초반까지 가수들은 앨범을 제작할 때면 너나 할 것없이 이 노래를 번안해 자기 음반에 끼워 넣었다. 그중 정훈희가 부른 「눈이 내리네」가 가장 인기를 얻었다. 아다모는 유럽에서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인 77년,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한국팬과 만났고 이후 94년까지 몇차례 더 내한공연을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환호는 세월과 함께 줄어들었고 『왜 전성기가 지난 후에야 한국을 찾느냐』고 팬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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