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상처보다 「왜곡된 진상」 더 아픔”/군 잔학행위·시민학살 등 생생히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최초 법정증언이 이뤄진 17일 5·18사건 항소심 재판 3차공판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인물은 강길조씨(54·사업)였다.
강씨는 전남방직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던 80년 5월20일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항의하다 공수부대원들에 의해 체포돼 전남대 강당·광주교도소·상무대 등에 수용돼 혹독한 고문을 받은 탓에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피해자다.
강씨가 법정에 서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강씨는 검찰이나 변호인단이 신청한 정식 증인이 아니다. 당시 광주의 상황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형사소송법상에 규정된 「피해자 진술권」을 신청해 스스로 법정에 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시민모임(민변)이 강씨 등 5명에 대해 피해자 진술권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강씨만을 「진술인」으로 채택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법정에서 『내란죄의 피해자는 「국가」이므로 「개인」인 강씨에게 진술기회를 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이의신청, 강씨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재판부는 강씨의 증언을 허락했다.
강씨는 『광주시민으로서 5·18당시의 고통보다는 5·6공 정권에 의해 광주민주화 운동이 조직적으로 왜곡된 것이 더욱 가슴 아프다』며 『사실이 사실로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법정에 섰다』고 말했다.
강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공수부대원들의 상상을 초월한 시민구타, 시위진압도중 사망한 동료 군인들에 대한 보복으로 이뤄진 잔학행위와 시민학살 등을 생생히 증언했다. 강씨의 진술이 이뤄진 30여분동안 법정은 방청객들의 「탄식」으로 가득찼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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