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30대 그룹들이 최근 불황대책과 관련, 강도있는 집단적 대응태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전경련, 경총이 주도하는 이 조치들은 주로 인건비 억제 대책이다. 전경련은 내년도 노사교섭 원칙으로 임금과 고용의 연계방식을 채택키로 했다. 경총은 적자나 1인당 매출액 감소 기업의 경우 임원은 물론 일반사원까지 임금동결, 총액임금 및 개인임금의 동결, 고정급화돼 있는 상여금의 실적급화, 전회원사 임원의 내년 임금동결 등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전례없는 인력 및 임금 억제 대책이다.우리나라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고비용 저효율 체제이고 이중 고임금이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기계 등도 치솟는 인건비로 해외경쟁에서 고전하고 있고 섬유, 신발, 완구류, 식기류 등 경공업 제품들은 이미 고임금의 중압을 이겨 내지 못해 대다수의 기업이 해외로 이전했거나 아니면 폐업한 것이다.
특히 노조운동의 활성화가 보장된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에 임금의 상승이 생산성의 향상을 앞질러 왔다. 또한 다른 경쟁상대국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아왔다. 때문에 30대 재벌 그룹들이 불황타개책으로 임금의 동결, 인력의 동결 내지 정리 등을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적자기업이 특히 불황기에 살아남자면 회사와 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미국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불황이나 경영난을 극복하는 주요 수단은 과감한 경영혁신이다. 여기에는 감원·임금동결 등의 감량경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경제단체의 이름을 빌려 개별기업들이 무리를 지어 집단대응하는 일은 없다.
우리나라 재벌그룹들도 이 점에 유의했으면 좋겠다. 재벌그룹들은 집단으로 대응할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을 일이 있다는 것을 분별해야 할 것 같다. 정부에 대해 금리인하 등의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효과적이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의 구성원들인 임직원을 상대로 한 임금·감원대책에 대해서도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노조들로부터도 강력한 집단적인 저항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30대 그룹 전업종에 걸쳐 총체적인 노·사대결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집단대응이 실현되는 경우 거의 동시적으로 감원·임금동결 사태가 일어나 파급영향이 증폭, 정치·사회 등 경제외적으로도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불황타개를 위한 임금·인사대책은 근본적으로 각개그룹이나 기업이 자신의 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시장 경제체제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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