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서정과 현대무용의 예리함현재 프랑스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앙줄랭 프렐조카주는 발레의 서정성과 현대무용의 예리한 시각을 겸비한 안무가이다. 그런 만큼 이 무용단의 내한 소식은 먼저 놀라움을, 나중에는 반가움을 느끼게 했다. 관람객은 물론 전문가들 위주였지만 비전문가의 경우에도 무용이 얼마나 경이로운 매력을 담고 있는 예술인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특히 젊은이라면, 고전발레보다는 프렐조카주의 공연을 보는 편이 빠를 것이다.
그의 공연(11∼12일·호암아트홀)은 먼저 예술가들에게 아이디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면서 시작됐다. 그에게 작품을 제공하는 원천이 「발레 뤼스」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발레 뤼스」는 러시아발레단으로 현대발레작품의 산실이었다. 1929년까지 정확히 20년간 존재했던 단체로 그들이 남긴 성과에는 신화적인 일면이 있다. 콕토 스트라빈스키, 라벨 드뷔시, 사티 피카소, 마티스 유트릴로 루오를 비롯해 무용계에서도 새로운 감각을 지닌 예술가들의 총집합소가 바로 「발레 뤼스」였다. 총지휘자격인 디아길레프는 이들에게 항상 새로운 것, 놀라운 것을 요구했고 발레단의 공연은 항상 스캔들과 환호의 대상이 됐다. 프렐조카주는 「발레 뤼스」의 그 신화적 현대성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장미의 정령」은 현대춤으로 새롭게 피어난 베버의 왈츠였다. 「발레 뤼스」에서의 내용은 한 소녀가 창가에 앉아 잠들어 있는데 장미의 정령이 나타나 함께 춤을 추고 춤이 끝나면 소녀 역시 잠에서 깨어난다는 내용이다. 프렐조카주는 여기서 에로티시즘을 강조했는데 소녀의 성적 갈망은 장미의 정령이 등장하면서 구체화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 추하거나 진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기발함 역시 무대 한편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무대 속의 무대를 만들어 그 안에서 두쌍의 남녀가 추는 춤은 현대무용가가 해석한 왈츠음악이 얼마나 정겨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결혼」은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의 구식결혼을 묘사한 칸타타를 작곡함으로써 1923년에 처음 「발레 뤼스」에서 무용으로 만들어졌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프렐조카주는 이 칸타타를 「결혼… 그 합의된 강간」으로 풀었는데 5쌍의 남녀가 면사포를 쓴 신부인형을 난폭하게 혹은 사랑스럽게 다루기도 하고 기다란 의자를 끌고다니며 그 위에서 몸을 던져 땅에 구르기도 한다.
그 다양하고도 끊임없는 움직임, 지치지 않는 무용가들의 활력, 무기교처럼 보이는 놀라운 기교가 35분간 계속되는 데 대해 경이로움을 표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문애령 무용평론가>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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