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위반 문서로 최초 공식조치/한·중 직접협의 조율… 북 외교 큰 타격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의장성명은 다각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행위에 대해 안보리가 최초로 문서를 통해 취한 공식조치라는게 그 첫째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경고 메시지이자 장기적으로 북한의 모험주의를 억지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할 경우 이를 기초로 한단계 높은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에 인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의장성명은 또한 유엔무대에서 한중 양국이 처음으로 직접협의를 통해 한반도문제와 관련한 문서를 도출해 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 왔고 잠수함 침투사건에 있어서도 안보리의 토의자체를 반대한다는 북한측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최종적으로 한국의 주장과 입장에 동의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사건 발생이후 안보리에서 북한에 동조적 자세를 취했던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고 이 때문에 한국은 의장성명 채택을 위해 중국을 상대로 집중적인 설득작업을 해야 했다.
성명문안중 특기할 만한 대목은 사건명칭이 「북한 잠수함사건」으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지난 2주간 한중간 문안절충 과정에서 우리측은 북한행위를 명시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을 요구한데 비해 중국은 가급적 이를 희석시키려 했다. 양국은 결국 사건명에 「북한」이라는 수식어를 삽입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이는 사건의 가해자를 분명히 하면서 이에 따른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 것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이 표현 때문에 성명이 북한에 상당한 외교 정치적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는게 유엔외교가의 공통된 평가이다. 의장성명채택이 공노명 외무장관의 뉴욕방문중 한중 외무장관회담에서 이미 합의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같은 의미는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이 회담은 한미 외무장관회담이 의장성명채택을 합의한데 이어 다음날 우리측의 요청에 중국측이 응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사실 이후의 문안절충과정은 정치적 합의를 구체화하는 실무 협의였다. 외무장관회담 이후 양국은 유엔대사간 5차례의 협의와 3차례의 실무접촉을 가졌다.
성명의 나머지 부분들 역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과 추가도발행위를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전협정이 계속 유효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남북간 현안이 당사자간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주문」이 담겨 있다.
한반도문제에 대해 안보리가 취했던 역대조치는 한국전 발발 직후 채택한 3건의 결의안이 효시이다.<유엔본부=조재용 특파원>유엔본부=조재용>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까지/한·중 뉴욕서 8차례 대좌/양국 외무장관 지난달 단독회담 동의얻어내/20여일 문안절충 거듭… 북,저지기도 무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의장성명 채택은 중국측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의장성명채택에는 동의했으나 잠수함침투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 성명문안을 놓고 우리측과 마지막까지 절충을 거듭했다.
외무부 당국자는 15일 『본부에서의 외교경로를 통한 접촉 외에 뉴욕 현지에서도 대사급 5회, 실무급 3회 등 중국과의 잇단 협의를 통해 문안조정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20일 안보리의장의 대언론 구두성명 발표 당시 「추가조치가 필요할 때는 그것을 추진할 권한을 보유한다」는 단서아래 곧바로 안보리결의안이나 의장성명 채택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은 추가조치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공노명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던 지난달 25일 전기침(첸치천) 중국외교부장과 단독회담을 갖고 의장성명에 대한 중국측의 동의를 얻어냈다.
하지만 사건의 성격규정 및 메시지의 내용 등을 놓고 중국과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북한 잠수함 침입(INTRUSION)」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중국은 사건의 주체를 규정하지 않고 「최근 잠수함 사건(RECENT SUBMARINE INCIDENT)」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북한 잠수함 사건(THE INCIDENT OF A SUBMARINE OF THE DPRK)」이라고 규정한 의장성명은 양측의 절충에 따른 것이다.
성명의 메시지에 관해서도 중국은 당초 「관계 당사자가 이 사건을 단발성의 사건으로 취급할 것을 촉구한다」정도의 언급만을 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측과 여타 이사국의 분위기를 감안, 중국은 「사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를 넣고,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이 완전히 준수될 것을 촉구한다」는 정전협정의 유효성을 안보리 사상 처음으로 문서화하는 데까지 물러섰다.
외무부 당국자는 북한과 중국간의 협의여부에 대해 『북한은 안보리의장성명을 저지 또는 순화하기 위해 유엔 현지에서 중국과 긴밀한 물밑 접촉을 벌였으나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말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
안전보장이사회는 1996.9.18의 북한 잠수함 사건에 관한 대한민국 대표의 서한들(S/1996/774 및 S/1996/824)과 북한 대표의 서한들(S/1996/768 및 S/1996/800)을 고려하였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사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안전보장이사회는 한국 정전협정이 완전히 준수될 것과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안전보장이사회는 정전협정이 새로운 평화체제로 대체될 때까지 계속 유효해야할 것임을 강조한다. 안전보장이사회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한반도의 양 당사자가 그들의 현안문제를 대화에 의한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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