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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균열 안이한 대처/변형섭 문화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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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균열 안이한 대처/변형섭 문화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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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의 내부 콘크리트돔에 균열이 생겼다는 보도가 나가자 문화재관리국은 15일 아침 부랴부랴 해명을 위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해명」의 요지는 『문제의 균열 부분은 61년 10월 석굴암 보수공사때도 이미 발견됐던 것이며 상태와 정도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식이다. 너무 태연하고 안이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굴암에 금이 갔다는 사실은 간단히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더욱이 균열사실을 처음 확인한 유승룡 동국대 교수의 말을 들으면 최근 몇년동안 우리의 뇌리에 자리잡은 붕괴노이로제증세가 도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61년 조사후 발간된 보고서에는 균열의 길이가 2자(60㎝)였으나 현재는 5m까지 확대됐다』고 경고한다. 더욱이 균열상태를 35년 동안 방치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다. 당국은 현실적으로 손쓰기 힘든 사정을 내세우고 있다. 일제가 1913년 축조한 내부돔은 시멘트 배합조차 제대로 안된 엉터리 구조물로 「애초부터 생겨나서는 안될 애물」이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보수과정에서 아주 미미한 진동이 생겨도 본존불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것이다. 당국의 이같은 「딜레마」는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때문에 언제까지나 속수무책으로 균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콘크리트의 내구연한이 길어야 1백년인데 내부돔의 나이는 이미 80고령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석굴암에 치명상을 입힐 우려가 있는 엉터리 구조물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외 문화재전문기술진으로 하여금 일제의 「시멘트찌꺼기」를 정밀분석, 완전철거하든지 대대적으로 보수하든지 시급히 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일본의 「원죄」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석굴암은 우리나라의 가을하늘과 함께 영원히 보존해야 할 자랑스런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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