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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범」은 인도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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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범」은 인도돼야(사설)

입력
199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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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동두천 이기순씨 살해 피의자 에릭 스티븐 이병의 신병을 우리 수사당국에 넘겨야 한다. 이는 한 나라의 주권 행사에 관한 문제이며, 미국이 우방인 한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자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한국국민의 존엄이 걸린 일이라고 우리는 믿는다.지난 10일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미군측에 스티븐 이병구금인도 요청서를 전달했으나 그후 1주일이 가까운 15일까지 미군은 가타부타 아무런 응답이 없다. 한달전 억울하게 숨진 이씨의 장례식은 이날 법원의 영장발부를 보고서야 치러졌지만, 미군은 한미주둔군지위에 관한 행정협정(SOFA)을 핑계삼아 살인혐의자를 우리측에 넘겨 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피의자 스티븐 이병은 미군범죄수사대와 우리 경찰에서 각각 범행을 자백했고, 우리 수사당국의 조사 때에는 미 정부대표와 통역인이 입회한 바 있다. 그런데도 법원의 확정판결 후 신병을 인도한다는 현행 협정상 규정을 내세워 미군이 우리측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현행 협정은 「미군당국은 특정사건의 경우 미군의 신병을 대한민국 당국이 요구할 경우 호의적 고려(Sympathetic Consideration)를 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구를 넣은 협정의 정신은 사건이 흉악범죄이며 피의사실이 명백할 경우 한국당국의 요구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미군 성희롱사건 후 한미 양국은 SOFA가 양국간의 대표적 불평등조약이라는 데 동의하고 올 1월까지 협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실무협상은 일곱 차례나 거듭되도록 결실이 없고 지난달 협상에서는 다음 회의일정도 잡지 못한채 끝났다. 이제는 미국측에 과연 개정의사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우리측 요구는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일본 주둔 미군의 경우와 같이 검찰의 기소단계에서 흉악범죄 피의자의 신병을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제나라 땅안에서 우리 국민이 살해됐는데도 불평등한 협정 때문에 지금처럼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우리 수사당국이 원하는만큼 조사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누가 보기에도 부당한 일이다.

이 점에서 이번 우리 검찰의 권리행사는 백번 옳은 일이며, 한국 국민의 감정을 고의로 저해할 생각이 아니라면 행정협정 개정 전에라도 미군은 우리의 이 요구에 마땅히 응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간의 군·민 결속이 어느 때보다 강조돼야 할 시점임을 미군당국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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