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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식량난에 부모도 내쫓아”/군이 밝힌 「귀순 곽 중사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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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식량난에 부모도 내쫓아”/군이 밝힌 「귀순 곽 중사 진술」

입력
1996.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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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시간 사투 경계선 넘어… 추격대 수류탄에 부상13일 귀순해온 북한군 중사 곽경일씨(25)는 당초 알려진 33시간보다 긴 42시간동안의 사투끝에 사선을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군당국에 따르면 곽중사는 10일 동료병사 2명과 함께 3명 1개조로 4일동안의 매복근무에 투입됐다. 위치는 북한군 전방 1백56초소. 강원 고성군 우리 통일전망대 전방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 사이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북한군 관측초소(OP)이다.

매복근무 만 하루만인 11일 하오 6시30분 어둠이 깔리자 곽중사는 동료들을 따돌리고 혼자 초소를 이탈했다. 군사분계선까지는 1.5㎞정도.

곳곳이 지뢰밭이었지만 키보다 높게 자란 잡초와 수풀을 헤치며 한동안 무작정 질주해 군사분계선 부근까지 와 몸을 숨겼다.

음력 그믐때라 달빛이 없어 은신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평소 이 부근까지 매복을 들어왔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밤이 이슥할 때쯤 자신을 찾기위해 혈안이 된 추격대들이 접근해 오는 것이 감지됐다. 곽중사는 낮은 포복으로 추격대의 접근을 피해 다닌뒤 일단 군사분계선 부근까지 와 다시 몸을 숨겼다.

추위와 공포에 떨면서도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남쪽을 향해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있던 12일 새벽 4시30분께 갑자기 추격대로부터 수십발의 총격을 받았다. 곽중사 자신도 응사하며 군사분계선을 넘었다.위치가 일부 노출된 상태에서 요리조리 피해다니길 3시간. 날이 밝은 7시30분께 갑자기 수류탄 1발이 날아와 터졌고 왼쪽 대퇴부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런 상태로 몸을 숨긴채 다시 하룻밤을 꼬박 새운 곽중사는 13일 낮 12시50분께 우리 군에 귀순했다.

당국의 조사에서 곽중사는 궁핍한 북한실상에 실망하고 군복무에 염증을 느껴온데다 평소 잠복근무시 대북방송을 통해 김만철·여금주·여만철씨 등 귀순자들의 풍요로운 생활상을 듣고 이를 동경해왔다고 진술했다.

고향 신의주에서는 식량배급이 제대로 안돼 굶어 죽는 사람을 목격했으며 식량문제 때문에 자식들이 부모를 내쫓는 사례까지 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중사는 특히 당원에서 누락되고 직발군관(현지에서 장교로 임관되는 제도) 선발에도 떨어져 불만을 품어왔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곽중사의 좌측 대퇴부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으며 키는 1백73㎝로 다른 북한군 귀순자들보다는 큰 편이지만 몸무게는 57㎏으로 야윈 상태였다』고 말했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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