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석방” 국제적 압력 거세/반핵 기수 부각 「이」 정부 당황이스라엘정부가 한 「양심수」의 석방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스라엘의 핵보유 실태를 최초로 폭로했다는 죄로 10년째 복역해 온 모르데차이 바누누(42). 그의 조기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성 국제회의가 14일부터 이틀간 텔아비브에서 개막됐다.
20대 초반부터 9년간 이스라엘의 극비 핵개발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바누누는 86년 영선데이 타임스지에 메가톤급 비밀을 누설했다. 「이스라엘이 200개의 핵폭탄을 만들만한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분기탱천한 이스라엘정부는 당시 영국에 체류하고 있던 바누누의 「압송 공작」에 즉각 착수했다. 이 작전에는 미인계까지 동원됐다. 정보조직 모사드의 금발 미녀요원을 접근시켜 바누누를 런던에서 로마로 유인한뒤 이스라엘로 다시 압송했다. 포승줄로 묶고 마취제로 정신을 잃게 한 상태였다.
이후 바누누는 반역 및 간첩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안보보다 인류의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그의 반핵 신념은 변함없었다. 그가 과거 노벨평화상 후보로 수차례 추천된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부 아쉬켈론 감옥의 음산한 독방에서 복역중인 그의 석방을 위해 이번에 집결한 전세계의 반핵 및 인권단체 관계자는 수천명. 그중에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반핵운동가 요셉 로트브라트 등 쟁쟁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와함께 1만2,000명의 노르웨이인들은 바누누의 석방을 요청하는 집단 탄원서를 벤야민 네탄야후 총리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정부도 바누누가 반핵 기수로 부각되는데 당황한 표정이다. 「바누누가 모범수가 될 경우 98년 11월 이후 조기석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여론은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양심수 문제를 제3세계 문제로만 치부했던 이스라엘로서는 「뼈저린 체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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