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상자 히니시집들 대부분 재미 못봐/번역자 부족 등 난제속 4∼5개사 출간 채비「노벨문학상」 출판은 올해에도 불황을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 3일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폴란드의 여성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73)가 선정되자 출판가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상자가 지난해에 이어 시인인데다 생소한 인물이기 때문. 출판가는 매년 노벨문학상이 발표될 무렵이면 「반짝경기」를 기대하지만 찬바람이 부는 경우가 많다.
출판가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거의 없으며 시선집은 더욱 불가능하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지난해 수상자인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시선집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을 낸 도서출판 하문사의 경우 1∼2만부가 팔렸을 뿐 뒤따라 출간한 5개 출판사는 재미를 못봤다. 창우사는 초판 3,000부를 찍었으나 2,000부만 나갔을 뿐이다. 이같은 현상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은 광고를 안해도 된다는 출판사의 안이한 생각과 졸속번역 등으로 독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발표 후 3주만에 시선집이 나왔을 정도이다.
그러나 올해 심보르스카 시선집은 폴란드문학이나 폴란드어를 전공한 전문가가 3∼4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번역출간에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을 따내기 위한 출판사들의 물밑경쟁도 치열하다.
국제저작권 중개회사인 DRT에이전시측에 따르면 심보르스카 시선집을 내기 위해 현재 4∼5개의 출판사가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셰이머스 히니 시선집을 낸 N출판사는 이번에도 뛰어들 예정이나 번역자와 번역작품선정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3,000부 밖에 못 팔았던 악몽을 떠올리며 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을 경우 심보르스카 시선집 번역출판을 포기할 각오도 하고 있다. 지난해 히니시선집을 뒤따라 냈다가 된서리를 맞은 5개 출판사는 올해 출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출판에 뛰어든 H출판사 등은 번역자를 이미 확보, 11월 출간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들은 작업이 원만히 추진될 경우 심보르스카의 시집 중 3∼4권을 한데 묶어 시선집으로 낼 계획을 세우고 독점계약을 추진중이며 연말께는 작가를 초청할 예정이다. 출판사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의 성공여부는 출판시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번역의 질보다는 독자들이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내야 한다는 것. 폴란드문학을 전공한 연세대 최건영 교수(노어노문학과)는 『3∼4개 출판사에서 번역제의가 들어왔다』며 『이번만이라도 전공자에 의해 제대로 번역된 노벨문학상 작품이 소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90년 「동구현대시인선집」에 「다리위의 사람들」 「우리선조들의 짧은 인생」 「이력서 쓰기」 등 7편의 시를 번역한 바 있는 한국외대 정병권 교수(폴란드어과)도 『국내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생각은 많지만 번역기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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