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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일깨우고 심층접근 시도 고무적(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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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일깨우고 심층접근 시도 고무적(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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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경고자역할 치중말고 전문성 제고를공포나 불안은 현대의 특징이자 주요 산물이다. 전쟁과 각종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재해, 집단 전염병, 대형 교통사고, 간첩사건, 테러,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일련의 공포속에서 생활을 영위해왔고, 또 그럴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공포로부터의 해방에 기여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더욱 복잡하고 다면적으로 만들었다.

우리의 최근세사는 6·25전쟁을 정점으로 노도같은 공포를 경험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공포는 아직도 긴장감을 늦추고 있지 않은 채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를 통해서 지배적인 습관, 관념과 가치관, 감정을 갖게 되었고 권력의 행사에 유순하게 길들여져 왔다. 이제 공포에 길들여진 신체는 주기적으로 공포가 주입되고, 그리고 원인 제공자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이 충만해야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

공포는 대개 언론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이는 가장 만들기 좋고, 팔기 좋은 언론상품의 원자재다. 최근 환경이 악화하고 그 피해가 가시화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환경」은 하나의 정규적인 언론의 재료로 자리잡게 되었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그렇고 그런 환경관련 캠페인을 실시했거나 하고 있고, 대부분 일주일에 한 두 면의 환경면을 두고 있다.

현실적인 면에서 지구전체가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또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환경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환경친화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 언론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는 경고자가 되어야 하고, 정책수립을 위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고, 공중의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언론은 환경이라는 공포를 「팔기」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환경문제를 보는 시각은 아직도 사건위주로 제한되어 있다. 문제의 원인 및 처방에 대한 생태학적이고 사회구조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가시적인 폭로성 기사에 치중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을 일종의 분쟁사건으로 취급하여, 정부기관이나 환경공포에 직접 관련된 집단들의 단발적인 반응에 주목하는 안이함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잘해야 환경이라는 공포를 확대재생산하는 경고자의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일보가 「환경」이라는 고정면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심층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10일자 환경면은 「생물종을 확보하라」를 머릿기사로 싣고 있다. 이 기사는 생물의 자연멸종의 심각성과 중요성, 우리의 보존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우리 생물종의 멸종상황에 대한 내용과 이의 생태학적인 조망이 빠짐으로써 환경보도의 허점을 보여준다.

언론은 우리 마당의 환경문제보다는 보도자료나 연구자료를 풀어 쓴 원격적인 문제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언론은 전통적인 언론의 덕목인 「균형」된 관점을 제시한다는 틀에 억지로 꿰맞추려다보니 수용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와 같은 문제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동의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반대되는 견해로 「균형」을 맞추어 보도하는 관행을 답습하여 결과적으로 일반인들이 얻은 것은 문제의 답이 아니라 더많은 의문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9월16일자 환경면의 「수돗물 정수제사용, 안정화 이산화염소 『효과없다』 『효과있다』」, 9월23일의 「비무장지대 개발을 싸고 뜨거운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문제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일보에서는 국회 감사과정에서 밝혀진 「여천 오염의 주범은 대기업」이라는 기사(10월8일)」가 지역뉴스로 취급된 것 이외는 환경문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직도 환경문제를 「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건화하여 가시적인 공포로 드러나기 전까지 우리의 환경은 아직 문제가 없는 셈이다.

환경문제는 복잡하게 상호연관되어 있고 관련된 지식이나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기자들이 보도에 최선을 다하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주나 간부부터 책임감을 자각하고 기자들의 자질향상과 인원 보강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환경면은 환경이라는 공포에 중독된 환자에게 주기적으로 공포를 주사하는 비도덕적인 상행위에 불과하기 쉽다.<김영기 전남대 교수·미 미주리대 신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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