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막 사라져 “정글속 맨손승부”/외자 금리혜택·규제완화 등 실익/개방가속 따른 내수위축 큰 부담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국내 기업들은 더욱 치열하고 다면적인 생존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보호막이 걷히면서 선진국기업들의 무차별 공세에 직접 노출돼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지를 개척하듯 열심히 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먹느냐 먹히느냐, 살벌한 「밀림의 법칙」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해온 국내 기업들은 OECD가입으로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금융 및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값싼 해외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만성적인 자금난도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국가 신용등급 향상에 따라 해외차입 금리가 0.05∼0.1% 포인트 인하될 경우 1억달러 차입시 10만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대규모 해외투자시 자기자본 의무조달비율 등 기업활동의 발목을 죄던 행정규제 완화속도도 빨라져 기동성있는 경영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의 신망이 높아지면 「메이드인 코리아」제품은 「+알파」효과를 얻게 된다. 「한국은 경제우등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산제품의 가치와 품격도 한단계 상승할 전망이다. 전세계 무역의 70%를 차지하는 회원국과의 수출확대는 물론 해외건설수주 증가도 기대된다.
그러나 철저한 시장원리가 적용되면서 기술력이나 마케팅면에서 열세인 업체들은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특히 자생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단체수의계약제도 등 정부의 울타리가 허물어지면서 내수기반이 급속히 약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OECD가입은 국내기업의 체질도 완전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환경 고용 노동 경쟁 등 모든 경영활동에 「선진국의 룰」이 적용돼 뇌물수수 비자금조성 내부거래 등 후진관행은 물론 제3자 개입금지, 복수노조 금지, 정리해고제한 등 국내 특유의 근로기준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이번 OECD가입 과정에서 기존 회원국들이 막판까지 물고 늘어진게 바로 노동문제여서 기업의 노사관계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또 제품 안전기준 제정, 어린이 사고유발제품에 대한 표시 의무화 등 소비자 보호규정이 대폭 강화돼 기업들은 고객을 왕처럼 모셔야 할 형편이다. 이밖에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규제 기준도 까다로워져 유해 폐기물과의 전쟁을 벌여야 할 전망이다.
업종별 명암도 엇갈린다. 이미 잡초처럼 강인한 힘을 비축한 업계는 끄떡없지만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계는 큰 비를 피할 수 없다.
우선 가전 및 자동차업계는 관세인하 및 반덤핑요건 강화 등에 힘입어 수출확대가 예상되지만 외국 유명업체의 국내상륙 가속화로 시장잠식이 우려된다. 통신시장에서는 축적된 기술과 다양한 서비스능력을 갖춘 선진국업체의 본격적인 진출이 예상된다. 특히 독과점체제로 사업을 영위해온 국내 기간통신의 경우 방어력이 약해 진입장벽이 낮아질 경우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미 올해부터 전면개방된 유통시장의 잠식도 가속화, 시장재편이 예상되며 의류시장에는 이탈리아등 패션대국의 고가품과 중국의 저가품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올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OECD가입에 따른 과실을 최대한 따내려면 무엇보다도 비용과 조직의 군살을 빼고 기술 품질 마케팅 서비스 등 전방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또 높은 신용평점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본자유화에 따른 원화절상 등에 대비해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남대희 기자>남대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