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이름이나 상호를 짓기 위해 골몰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겠지만 좋은 집 이름을 찾아 몇날 며칠씩 좌불안석해 본 이들은 얼마나 될까.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대부분 「생활의 멋」과는 상관없는 건축회사 이름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고 개인주택은 번지수가 고작이니, 집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 무척 생소한 얘기일 성싶다. 또 「집 장만도 어려운 세상에 무슨 호사냐」고 빈축을 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인들의 글을 읽거나, 유적지 여행을 하다 보면 비록 한두칸짜리 초당일 망정 여기에 이름을 지어 걸고 집 이름들처럼 자신들의 일상을 다듬었던 흔적을 역력히 볼 수 있으니, 집 이름 짓고 사는 일이 분명 경제적 부보다는 정신적 여유와 관계 깊은 문화임을 알 수 있겠다. 그러나 집 이름 짓는 일이 보통 일인가. 집 이름에 자연의 풍류를 담을까, 복록의 기원을 담을까. 집 이름 끝 글자는 「집 당」, 「마루 헌」, 「집 재」 중에서 어느 것이 좋을까….
책도 살피고 지인들에게 자문해 보고나서 겨우 이름 하나를 얻게 되니 여기에 기울이는 정성이 여간 대단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심 끝에 집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집은 그저 「기능적인 집」이 아니라 사람과 무엇인가를 교감하는 「의미있는 집」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 것이니 그 오랜 관심과 정성 또한 의미있는 작업의 연속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름을 붙이는 일은 건축 구조물로서의 집에 문화의 이름을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2일 문을 열게 된 국립국악원의 대극장은 예악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냥 국립국악원 대극장이라고 해도 관객들이 국악원을 찾는 데 불편함이 없겠지만, 현대사에 들어 가장 번듯하게 지어진 국악의 전당을 예악당이라 명명함으로써 이 공간이 보다 깊이있는 문화공간으로 영속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 이달 말경부터 예악당에 문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그 이름 지은 뜻이 널리 알려질수록 우리문화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송혜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송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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