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꽉 채운 110종 음색의 색다른 체험11일 문화일보홀에서는 2차대전 후 현대음악의 「태풍의 눈」이 돼온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의 1960년 타악기 연주회가 재연됐다. 슈톡하우젠, 부조티, 케이지, 펠드먼의 작품이 당시 프로그램대로 연주된 이날 공연은 110여종의 타악기로 가득찬 무대와 낯선 소리로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타악기를 보조 악기로만 인식해온 청중에게는 악기부터 새로운 것이었다. 북, 마림바, 비브라폰, 심벌즈 등 친숙한 것 외에 엎어 놓은 사기그릇, 물담은 바가지, 여러가지 종, 목탁, 한국의 장고, 인도의 조개껍질 등 두드리거나 문질러서 소리내는 온갖 물체가 등장했다.
케이지의 「27분 10초 554」는 정확히 그 시간 동안 연주되는 작품. 4개의 구역으로 분할 배치된 악기들은 구역마다 독립된 메시지를 담아 소리의 콜라주를 만든다. 슈톡하우젠의 「시클루스」는 둥글게 배치된 악기를 따라 연주자가 한바퀴 돌면 끝나는 곡. 아르델레아누의 연주에 객석에서는 브라보가 터졌다. 그는 명성대로 놀라운 연주자다. 다양한 음빛깔, 불규칙한 리듬, 놀이와 철학이 결합한 음악은 기존음악과는 종류가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 치열한 실험을 거듭했던 다름슈타트의 정열과 자유를 전달했다. 작곡가 장정익씨(서울대 음대교수)는 『타악기만의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유감스러운 것은 36년 전의 음악이 이제야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현실이다. 진보를 믿는 이들에게 이러한 지체현상은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은 언제까지 현대음악의 척박한 고도로 남을 것인가.<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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