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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헌지커」 사건과 연계시사/성추행 북 관리 미서 몰래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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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헌지커」 사건과 연계시사/성추행 북 관리 미서 몰래 출국

입력
1996.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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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집땐 억류 미 청년 법대로”/미 대응수단없어 흥정 가능성북한 체조위 서기장 장경남씨(56) 사건은 8월24일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 구속돼 간첩혐의로 기소될 운명에 처한 미국청년 에반 칼 헌지커의 처리문제와 맞물려 주목을 끌고 있다.

장씨 사건은 일단 그가 8월말 귀국함으로써 법적으로는 영구 미제로 남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장씨에 대한 보석금을 대납했던 북한대표부측이 그의 미국인 변호사 마이클 애비트를 통해 17일로 연기된 재판은 물론 차후 출두명령에도 응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장씨의 출정거부에 대해 미 법원이나 검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돼 있다.

애틀랜타시 사법당국은 장씨가 끝내 법정출두를 거부할 경우 보석금 전액을 몰수하고 그에 대해 법정모독 혐의를 추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함께 국무부를 통해 장씨의 법정출두에 협조해 줄 것을 북한측에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측이 장씨사건을 이와는 전혀 별개 사안인 헌지커의 처리문제와 연계시키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8월24일 술에 취한채 압록강을 헤엄쳐 북한으로 건너간 헌지커를 아무런 설명없이 장기구금해 온 이유중의 하나도 이를 장씨사건과 묶어 해결하려는 속셈 때문이었다는 것이 일부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북한측의 이같은 태도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황봉수 참사가 11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측이 장씨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경우 우리는 우리가 잡아둔 26세의 미국인 청년(헌지커를 의미)을 우리 법대로 처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데서도 드러났다. 황참사는 『헌지커문제가 장씨사건과 연계돼 있다는 뜻이냐』는 추가 질문에 『우리식대로 하겠다는 얘기』라고만 대답했다.

북한은 7월31일 장씨가 애틀랜타에서 전격 구속되자 이에 크게 당황한 나머지 이 사건을 외교경로를 통해 수습하려고 안간힘을 다해 왔다. 현지에 내려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측은 처음에는 피해자 가족과의 합의를 통해 조속히 사건을 마무리지으려고 노력했으나 상대측이 워낙 거액의 위자료(7만5천달러)를 요구하자 법정투쟁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갔다.

이들은 8월6일 유엔대표부의 한성렬 공사, 황봉수 참사 2명의 명의로 된 액면가 5만5천53달러의 수표 1장을 보석금으로 제시하고 장씨의 신병을 인도받았다.

헌지커의 압록강 도강사건이 일어난 것은 장씨에 대한 공판 예정일(8월20일)로부터 나흘이 지난 8월24일이었다. 북한대표부측은 이때부터 『미국측이 만일 무고한 사람을 잡아두면 북한에 있는 미국인들을 몇배로 더 괴롭힐 수도 있다』면서 『이 문제는 국무부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해 왔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장씨사건과 헌지커문제가 분명히 별개의 사안이기는 하지만 두 사건 모두 양국간 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는 폭발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는 거중조정을 통한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장씨는 7월31일 일부 교포들의 안내로 애틀랜타시 카터센터를 구경하던 중 구내 영화관에서 앞줄에 앉아 있던 9세 가량의 소년에게 『귀엽다』며 성기부근을 쓰다듬으려 하다가 인솔교사에게 적발돼 아동추행 혐의로 연행됐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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