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성병욱)와 유럽연합(EU)언론인협회가 공동주최하는 제4차 한EU언론인세미나가 9∼10양일간 신라호텔영빈관회의실에서 열렸다. 유럽과 한국중 장소를 바꿔가며 열리고 있는 이 세미나는 최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것을 비롯해 한EU관계가 긴밀해 짐에 따라 활기를 더했다. 회의개막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한국주재 EU대사 투에 로오스트테드씨를 비롯한 거의 모든 유럽대사와 화주룰 라만 방글라데시대사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외교관들이 참석해 세미나 분위기를 매우 활기차게 했다. 유럽측에서 스위스의 다겐스 니헤테르지 편집인 한스 베르그스트롬박사를 비롯한 20명의 간부언론인들, 그리고 한국측에서 성병욱 편협회장, 이문희 한국일보 주필, 문명호 문화일보 수석논설위원 등을 포함한 3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석했다.무역, 문화, 안보 등의 3개 문제가 세미나주제였다. 주제발표는 한국측에서 3명, 유럽측에서 1명이 했다. 안보문제 세미나는 마지막날인 10일 열렸는데 마침 동해안 잠수함침투사건으로 한반도 긴장문제가 국제적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어서 매우 진지하고도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한국측발표자는 남북한의 경쟁적공존관계가 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기점으로 협조적공존관계의 장으로 바뀌려 했던 것인데 북한이 핵카드를 들고 나오고 이어 미북제네바합의서가 이루어짐으로써 다시 긴장상태로 뒤엉키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남북대화를 대북관계진전의 필요조건으로 연계해 남북한간의 직접협상을 고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측 안보문제발표자인 영국 뉴캐슬대의 라인하트 드리프트 교수는 아시아가 국가분단(중국, 한국), 영토분쟁(센카쿠도, 북방 4도 등), 이념분쟁 등으로 전반적인 지역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라고 규정하고 유럽은 아시아의 안전문제를 복잡하게 하지않는 범위내에서 무역강화를 해야하며 이런 아시아 긴장에 중립적인 한국이 분쟁중재자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드리프트 교수는 한반도긴장문제와 관련해 유럽은 남북대화를 한반도긴장완화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한국의 입장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문제는 한국인들의 노력으로 풀려나가야 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유럽언론인들은 안보세미나에서 냉전후에 한반도긴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가에 대해 강한 흥미를 보였다. 이들이 안보세미나에서 던진 질문과 논평은 우선 한반도에 전쟁이 당장 일어날 것인가의 여부,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주변국이 한반도통일을 원치않고 있는데 한국은 어떻게 통일을 달성하려 하는가, 왜 남한은 그동안의 대북유화정책을 버리고 강경으로 선회하고 있는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게 된다면 그 전조는 어떤 것이 될 것인가 등의 문제였다. 매우 큰 흥미를 갖고 질문했다.
한국발표자는 북한의 대남정책은 궁극적으로 남한공산화이나 남한내부에 공산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어야 전쟁을 시작할 것이므로 아직 남한은 적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전쟁은 없을 것이며, 냉전시대에는 한반도가 분단돼 있으면서 동서냉전의 완충지역을 맡는 것이 미일중소 등의 내심적인 공통이해관계에 맞는 일이었으나 지금은 한반도가 분단보다는 통일되는 것이 이 지역의 안정과 국제평화유지에 도움이 되고 통일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다면 통일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바로 한EU언론인 세미나도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유럽언론인들은 판문점의 긴장지점과 포항 현대자동차공장을 비롯한 산업현장을 다같이 둘러본후 좀처럼 밖에서 듣던 그런 긴장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을날씨가 너무 평화스럽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정일화 논설위원>정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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