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10월15일로 개교 50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의 반세기 역사는 국가 발전과 국민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것이어서 그 기념일에 무념할 수 없다. 서울대는 서울대인만의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의 것이다.50년이라지만 구미의 유서깊은 대학들에 비하면 너무 젊다. 유럽대학의 모범이 되어온 프랑스의 파리대학이나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은 13세기의 중세때 창건된 것이고 미국땅에 처음 생긴 하버드대학만 하더라도 1636년에 창설되어 360년의 전통이다. 근대 대학의 전형이라는 독일의 베를린대학이 등장한 것이 1809년이고 보면 오늘의 대학의 긴 역사를 알 수 있고, 이웃 일본의 도쿄대학을 봐도 1877년생으로 100년이 훨씬 넘었으니 우리의 현대대학은 나이가 부끄러워진다.
몇몇 사립대학들의 전신인 전문학교들이 구한말에 탄생하고 1924년에는 일제에 의해 경성제국대학이 설립되기는 했지만 엄밀한 종합대학, 순수한 민족의 대학은 광복을 기다려야 했으니 민족교육사의 후진이 안타깝다.
그러나 서울대 개교와 거의 같은 무렵에 시작된 우리의 현대 대학사는 그 낙차를 따라잡기 위한 역주의 역정이었고 특히 이 대학사를 주도해온 서울대 50년은 그 도약이 눈부신 것이었다.
서울대의 역사는 곧 광복후 우리나라 건국의 역사다. 서울대의 성장이 나라를 키웠고 나라의 성장이 서울대를 키웠다. 서울대없이 우리의 국가발전을 상상하기 어렵다. 건국사의 주역을 손꼽으라면 절대로 서울대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나라를 새로 세우려 했을때 가장 귀했던 건재는 인재였다. 대학과 더불어 새나라를 영도할 인재의 식목이 시작되었다. 나라가 중흥을 할때 그 지도적 동력은 대학이 길러낸 인력이었다. 오늘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한 우리의 국가에너지는 그 발전소가 대학이고 그 주력이 서울대다.
광복의 소용돌이 속에서 탄생한 서울대는 국대안 반대의 소동을 겪고 6·25의 시련을 당하고 4·19의 선봉이 되고 그 이래 일련의 민주항쟁 학생운동의 본부로서 동숭동 30년, 신림동 20년을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왔다. 특히 우리의 사회사는 서울대가 한 중심이다.
서울대는 세계에서도 유례드문 우리 국민들의 교육열이 키운 것이고 그 교육열을 더욱 키운 것은 바로 서울대다. 이 열의 상승작용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을 지배해 왔다. 우골탑의 신화없이 오늘의 금자탑은 없었을 것이다. 가난한 시대의 교육열을 연료로 하여 우리 사회는 역동했고 성장한 사회는 교육열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 증식로가 서울대다.
실로 서울대는 50년동안 우리 사회의 지표였다. 모든 학생, 모든 학부모의 목표가 서울대였으므로 모든 국민의 과녁이 되었다. 온갖 희망과 기대가 이곳으로 몰렸다. 그것은 가장 큰 성취동기였다. 이런 지표가 없었으면 사회는 매진할 가속도를 잃었을 것이고 방황했을 것이다.
서울대는 우리 사회를 움직여온 커다란 힘이다. 아직도 우리의 시민생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대학입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 입시 하나에 매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급 교육과정은 대학입학을 지향한 것이고 모든 가정은 그 지원과 응원을 위해 있다시피한다. 이것을 부추긴 것이 서울대다.
그래서 서울대는 우리나라 교육을 입시위주로 만든 주범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대가 위대했던 것은 실력만으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평등한 문 때문이었다. 실력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균등한 기회는 빈부의 격차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였다. 하숙비가 없는 학생들이 노숙할 수 있는 벤치가 그 문안에 있었다. 이것이 서울대를 엘리트의 산실이게 했다.
서울대는 가히 하나의 사회제도일뿐 아니라 나라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만한 권력도 없다. 유럽의 중세대학은 국가나 교회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뜻에서 「제국속의 제국」이라 했다. 서울대야말로 다른 뜻에서 「공화국속의 공화국」이다.
서울대는 50주년을 맞아 고등교육의 중추기관으로서 대한민국 건설에 이바지한 공적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라안의 제일대학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세계속의 서울대로서 새로운 역할과 새로운 대학형을 정립하는 50년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본사 논설고문>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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