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질펀한 욕판 “속이 시원하네요”/광주서 전국욕쟁이대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질펀한 욕판 “속이 시원하네요”/광주서 전국욕쟁이대회

입력
1996.10.13 00:00
0 0

『손주 제삿밥 받아먹을 때까지 살아라, 이 썩을 놈아』 『육시랄, 모가지를 빼서 똥장군마개로 박을 놈아』 12일 하오 2시 전국욕쟁이대회가 열린 광주 동구 금호문화회관 대강당은 「팔도 욕쟁이들」이 읊어대는 걸쭉한 욕설로 질펀했다.광주민학회(회장 박선홍·71)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욕을 살립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개최한 행사에는 전국의 내로라는 욕쟁이와 구경꾼 등 400여명이 몰려 배꼽을 잡는 해학 한마당이 펼쳐졌다. 대회는 인제대 김열규 교수(민속학)의 「욕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경남문인협회 부회장 김춘랑씨(64)는 자신의 시집 「서울 낮달」의 한 대목을 인용, 『염병 3년만에 쪽박이 없어 못 빌어먹을 놈아』라며 과거 신군부의 폐해를 빗댄 욕을 주저리주저리 엮어대 박수를 받았다.

이날 호남 영남 기호 관동지방 대표들이 특유의 사투리로 사색대결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영남대표인 경남문인협회 김부회장만 참석하고 나머지 3명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관람객들이 아쉬워했다.

관람객들도 즉석에서 욕쟁이경연에 참가해 애교형, 음담패설형, 유머형 등 다양한 형태로 욕 실력을 과시했다. 이어 전라도 씻김굿 형식을 빌린 국악인 박초향씨의 욕몸짓과 판소리 민요에 녹아 있는 욕을 재구성한 욕소리판이 흥겹게 벌어졌다. 호기심에서 참가했다는 김봉석씨(29·광주 북구 운암동)는 『오랜만에 실컷 욕을 하고 나니 피로가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같다』고 말했다.

광주민학회 박회장은 『욕은 우리 생활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의식나눔의 수단으로 삶 그 자체』라며 『형식에 치우친 번지르르한 찬사보다 정감어린 욕을 살려 세상과 삶을 윤택하게 만들자』고 말했다.<광주=안경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