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민주화 시위 한풀죽자 이번엔 회교도 폭동 악재/외동티모르 독립투쟁 노벨평화상 “국제위상 타격”29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해 온 수하르토 대통령(75)이 최근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98년 대선에 또다시 도전, 7선 고지를 가볍게 등정하리라는 데는 인도네시아 전문가들 사이에 아무런 의문이 없다. 수하르디만 인도네시아 최고자문회의 부의장은 11일 『수하르토 대통령은 다시 대통령에 선출될 준비가 돼 있으며 의회가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수하르토의 36년 통치를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다. 의회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외에서 불거져 나오는 사안들이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을 희석하느라 여념이 없는 수하르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수하르토는 미·일·유럽연합(EU)이 국가정책으로 추진해 온 국민차 사업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다 11일 동티모르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독립운동가 조세 라모스 오르타와 카를로스 필리페 시메네스 벨로 가톨릭주교가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수하르토로서는 아물어 가던 상처가 덧나는 것 같은 충격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노벨평화상이라는 「외환」을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티모르의 부각은 역으로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노력해 온 수하르토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앞길에 장애물로 작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11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는 회교도의 폭동으로 최소한 18개의 교회가 불타고 목사부부 등 5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폭동은 한 회교종파 지도자에 대한 실형선고가 도화선이 됐지만 7월 발생한 민주화 시위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폭동이 발생한 시투본도시에 500∼1,000명의 군병력을 투입해 폭동진압에 나섰으나 자칫 종교분쟁으로 비화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주민의 90%가 회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이같은 회교도와 기독교도간에 유혈충돌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7선 고지 등정에 나설 수하르토가 그간 심혈을 다해 닦아 온 대선가도에 잇달아 고개를 들고 있는 걸림돌을 어떻게 피해나갈지 주목된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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