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원불교 종법사 이광정/역경 헤쳐갈 불굴의 의지 “용솟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원불교 종법사 이광정/역경 헤쳐갈 불굴의 의지 “용솟음”

입력
1996.10.13 00:00
0 0

◎구도의 가시밭길 큰 힘… 청소년들에 애송 권하고파나는 생의 과정마다 좋아했던 시가 있기는 하나 특히 청년기에 가장 좋아했던 것은 춘원 이광수 작 「임」이라는 시이다. 청소년기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미래에 대한 꿈이 있다. 인생이란 꿈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일진대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을 산으로 표현하면서 「산을 넘고 또 넘어 넘은 산이 백이언만, 앞으로 넘을 산이 또 얼마인가? 천이나 되는지, 만이나 되는지」 헤아리면서 오히려 넘을 산이 억이 되고 조가 된다 할지라도 기어코 넘겠노라고 다지는 의지. 이 의지의 강인함이 사무치는 시구였기에 구도의 길을 나선 내가 수시로 애송하는 시가 되어 어려울 때면 큰 힘이 돼주고 있다.

구도의 길은 참으로 산 너머 산 너머의 길이요, 끝없는 산 너머의 길이다. 사실은 어찌 구도의 길뿐이랴. 개인이나 사회나 국운을 열어가는 앞에도 이러한 산넘는 과정은 끝이 없다. 산을 넘되 끝까지 넘지 못하면 좌절이요, 끝까지 넘으면 성공이요 영광이다.

요사이 표피문화가 팽배하면서 모든 것을 쉽게 쉽게만 해치우려 하고 조금만 어려워도 그냥 포기해버리고 중도에 그만두어 버리지만, 인류역사는 쉽게 쉽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끝까지 넘고 넘으며 최후까지 넘고 넘어가는 이들에 의해 이룩되어졌다. 도가에서 득도하고 발명가가 발명을 해내고 예술가가 극치의 예술을 창출해내고 사업가가 큰 사업을 이룩해내고 탐험가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내며 새로운 개척을 하는 일 등이 모두가 그 많은 산들을 넘고 넘어 이룩해 낸 결정체들이다.

오늘 날 우리가 수용하고 있는 그 많은 문화 문명의 산물들, 일상생활 문명 을 비롯해서 철학 예술 윤리도덕, 그리고 오늘 날 꽃피우고 있는 과학문명의 그 많은 은혜들이 결코 하루 아침에 그저 쉽게 이루어진 것들이 아니다. 태산 준령의 산들도 수없이 넘어야 했고 대해장강도 수없이 건너야 했으며 그러는 사이 거기에 쏟는 시간, 물질, 피와 땀, 때에 따라서는 수많은 희생의 대가를 치르기도 한 것이다. 이 엄청난 과정을 통해 생산된 은혜를 오늘의 우리들은 만끽하고 있다. 그저 절로 주어진 은혜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한없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미래의 은혜를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수많은 산도 넘어야 하고 수많은 강도 건너야 한다.

뜻있는 청소년들에게 애송을 권하고 싶은 시가 바로 「임」이다. 「산 넘어 또 산 넘어 꼭 뵈옵과저, 넘은 산이 백이언만 넘을 산이 천가 만가? 두어라 억이요 조라도 넘어 볼까 하노라」하면서 꿈을 키워 가라고 권하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