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확정, 국회비준절차를 밟는 일만 남았다.그동안 OECD 가입을 두고 찬반여론이 비등했다. OECD 가입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집요하게 반대이론을 폈고 정계에서도 여야간에 팽팽한 견해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가 현단계에서 OECD에 가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더불어 특히 성급한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투자개방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잠식 내지는 붕괴를 우려하고 국가경제 운영에 있어 OECD의 간섭과 개방압력이 가중되리라는 예측도 있었다.
또 국내 노동법상 3자개입금지 복수노조금지조항의 폐지로 인한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개도국에 대한 원조부담금이 더 늘어 재정적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그러나 OECD 가입에 따른 여러가지 부정적, 비관적 관측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국익에 부합하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예컨대 금융시장 개방만 하더라도 우리는 대내외적 여건으로 보아 OECD 가입에 관계없이 국제신의상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할 입장이다.
정부당국이 시장개방에 따른 핫머니 이동 등 금융시장 교란을 염두에 두고 신축성있는 정책시행을 모색하여 대처해 나간다면 보호정책하에 머물러있는 경제전반이 오히려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쟁체제의 도입 등 자유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OECD는 개도국 원조를 위해 개발원조위원회(DAC)를 두고 있으며 이 위원회의 위원국이 매년 GNP의 0.7%를 공식개발원조(ODA)로 공여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DAC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ODA의 재원도 의무규정이 아닌 권고사항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70년대부터 국제협력과 시장개척을 위해 대외원조와 기술협력을 계속해왔다. 80년대부터는 대외개발협력기금(EDCF)을 조성, 개도국의 대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동법 개정문제도 현재 국제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아세아의 신흥공업국중 대만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 홍콩의 경우 곧 중국으로 귀속될 사정,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서 경제규모가 작아 가입자격이 없다는 배경 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선진화 촉진에 바람직
우리나라는 이미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뿌리가 정착되었고 경제면에서도 세계 10위권대에 진입하여 국제무대에서 더이상 후진국으로 보지 않는다. 이를 현실로 받아들여 우리의 선진문화적 능력과 지위를 스스로 과소평가할 필요가 없다. 삶의 질과 의식개선을 이룩한 완벽한 단계에서 OECD에 가입하는 것이 이상적일지는 모르나 가입한 다음 선진화의 촉진을 병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는 1967년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가입했고 지금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또 5년전 UN의 회원국이 되어 지금은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에 올라와 있는 것과 같이 우리의 OECD 가입 또한 하나의 커다란 외교적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 놓치면 안된다
OECD 가입은 분명 우리의 국제적 위상의 개선이며 대외경제진출의 여건을 강화하는 실익을 가져올 것이다. OECD가 최근 조직의 효율성을 이유로 회원국을 30개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검토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가입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국운이 뒤따른 것이다. OECD 가입은 우리나라가 언젠가는 거쳐야 할 하나의 단계이며 역사적으로 나아가야 할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정부가 80년대부터 가입을 추진하여 이제 OECD가 우리를 환영하는 마당에서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 나라의 대외정책 결정은 항상 그러하듯 초당적이어야 한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국익을 고려하여 OECD 가입의 비준에 있어 만장일치의 동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외교안보연구원>
□약력
▲경남 출신·62세 ▲서울대 문리대 졸업,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대학원 객원연구원 ▲외무부 영사과장 ▲주 일본 요코하마총영사 ▲아태정책연구원 이사 겸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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