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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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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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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치 못한 것일수록 크게 쓸모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옛날 말의 명인이었던 백락이라는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천리마를 감정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마음에 드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보통말의 감정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천리마는 흔치 않은 것이므로 그 기술을 배운 사람은 벌이가 시원치 않았지만 보통말은 매일같이 팔리므로 그 기술을 배운 사람은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거창하고 대단하고 무슨 묘수같아 보이는 특별한 것일수록 쓰임새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이고 흔한 것이 오히려 중요할 수 가 있다는 말이다. ◆경제를 다루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방이나 되는 것처럼 특별한 대책들을 한 다발씩 묶어 한달이 멀다 하고 요란하게 발표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지내놓고 보면 무슨 대책이니 조치니 하는 것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데서 꾸준한 노력을 해 나가는 것이 난국을 돌파해 나가는 첩경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물가 하나만이라도 확실하게 잡아놓을 수 있다면, 그리고 안정에 대한 확고한 국민적 신뢰만 생길 수 있다면 문제의 절반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고비용이라는 우리 경제의 만성적 고질병은 물가안정이라는 약을 장복해야 고칠 수 있는 병이다. 공연히 대책을 한답시고 물가만 들먹거리게 하는 것은 병을 오히려 도지게 하는 것이다. ◆지난 9월에 이어 한달만에 내놓은 이번의 경제종합대책도 단기 효과를 노린 묘수와 비방이 가득한 처방 같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데서 길을 찾는게 아니라 천리마를 감정하는 비법같은 데서 답을 찾아보려고 애를 쓴 흔적이 많다. 약효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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