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금리인하 「신호」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지휘자」의 호루라기 소리에 따라 약속이나 한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장행렬을 방불케 한다. 「경쟁력 10%이상 높이기」를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요청이 있자마자 선두은행이 곧바로 금리인하를 발표했고 불과 며칠새 4개 은행이 차례로 금리를 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추가로 금리인하를 준비하고 있다.이같은 금리인하 도열식은 벌써 올들어 두번째다. 지난 4월말 나웅배 당시 부총리가 금리인하를 요구하자 시중은행들은 줄지어 금리인하를 실시했었다. 이때문에 당시 금융계는 「10%금리시대」가 눈앞에 닥쳤다고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2개월만에 금리는 원점(12%대)으로 복귀했고 또다시 금리인하 도열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번 속아본 소비자들은 이같은 「호루라기 금리」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캠페인식 금리인하는 오래가지 못하며 막상 돈을 빌리기 위해 창구에 찾아가면 금리는 여전히 높을 것이란 것을 여러차례 「시행착오」끝에 터득한 것이다. 한편으론 『이렇게 쉽게 낮출 수 있는 금리를 지금까지 높게 받아온 것은 은행들의 금리횡포를 입증한 것』이라며 분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자금조달비용을 제쳐놓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인하 도열식에 참여하는 은행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일단 금리인하방침이 서면 「성의표시」를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오고 이를 거부할 수 없는게 국내은행들의 실정이라는 것이다.
금융계는 『반기행사가 된 금리인하 도열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금융산업 경쟁력 하위국인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10%이상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산업을 옥죄고 있는 정부의 갖가지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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