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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비 식량 충분히 확보한듯

입력
1996.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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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예상불구 피살자 밥 등 손 안대/“피망밭 훼손” 민가에서 훔쳤을수도20여일째 군수색대를 따돌리며 도주중인 공비 잔당은 식량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일까. 11일 군이 공개한 민간인 3명 피살현장에서 이영모씨(53) 등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쌀밥과 열무김치 등이 발견돼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잔당은 지난 달 18일 침투 이후 허기에 지쳐 있을 텐데도 밥 등은 손댄 흔적조차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쌀밥과 열무김치, 영지버섯 오미자 열매 등이 담긴 비닐포대 3개는 이씨가 살해된 속칭 뾰지게봉 8부능선 위쪽 1백50m지점 바위틈에 있었다. 또 빈 진주햄캔, 벌꿀이 든 커피병, 고추 피망, 다래 머루 감자조각도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공비잔당은 충분한 식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굶주림에 탈진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뒤집는 것이어서 작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군은 총으로 이씨 등을 살해, 위치가 노출된 잔당이 도주시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는 밥 등을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비잔당은 어디서 식량을 구했을까. 군은 일단 이들이 배고픔에 시달린 나머지 과감하게 민가까지 내려와 훔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살된 이씨 등은 진주햄 캔 등을 소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고 탑동리 주변 피망밭이 훼손됐다는 주민신고도 있기 때문이다. 꿀이 담긴 커피병이 자신의 집에 있던 것 같다는 탑동리 주민의 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군은 주민들을 살해한 공비들이 다시 민가에 내려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마을 주변에서 경계 및 매복작전을 펴고 있다.<평창=특별취재반>

◎오인사격 사망 홍동진 대위/마음 착한 중대장… 내년 3월 결혼 앞둬

10일 무장공비 수색작전 도중 사병의 오인 사격으로 숨진 육군 철벽부대 홍동진 대위(26·학사21기)는 제주도 출신의 마음씨 좋은 중대장이었다.

1백78㎝의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매의 홍대위는 인상과는 달리 부드럽고 매사에 합리적으로 부하들을 통솔해온 우수한 중대장이었다고 부대측은 전했다.

홍대위는 감귤과 콩, 보리농사를 짓는 가정의 2남3녀중 차남으로 제주 대기고와 순천대 축산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진학하고서도 방학때면 고향에 내려와 집안일을 돕곤 했던 홍대위는 93년 7월 학사장교로 입대, 7년의 복무기간중 약 절반을 근무했다. 내년 3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홍대위가 공비소탕 작전에 투입된 뒤 마음을 졸여왔던 어머니 강옥춘씨(56·제주 북제주군 한림읍 월림리 2317)는 10일 밤 아들의 전사 소식을 접한 뒤 실신했고 아버지 성원씨(56)와 형 경진씨(29)는 11일 아침 강릉으로 급히 떠났다.<제주=허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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