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끝 아닌 시작” 더 큰 공세 예상/의무 늘고 「개도국지위」 한시적/유보 51항목에 이행압력 클듯1년반에 걸친 가입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굳게 걸어잠갔던 자본·금융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문호를 열지 않은 부분, 국내제도와 국제기준간 괴리가 큰 부분이 여전히 많아 OECD 회원국 자격취득후에도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더 거센 개방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외견상 우리나라는 타회원국보다 「OECD 입회비용」을 적게 치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OECD가입의 최대관문이자 자본·금융시장 개방수준을 측정하는 자본이동·경상무역외거래의 양대 자유화규약에서 총 1백48개 항목중 우리나라는 51개를 유보(미 자유화)했다. 이는 OECD회원국 평균치(17개)는 물론 최근 가입한 개도국, 즉 멕시코(39개) 체코(42개)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적어도 지수상으론 남들보다 적은 대가를 지불하고도 OECD에 가입한 셈이다.
그러나 「유보」는 개방의 연기일뿐 그 의무 자체의 면제는 아니다. 유보과다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는 향후 선진회원국들의 엄청난 의무이행촉구를 받게 될 것이다. 채권시장개방과 현금차관허용은 그 대표적 예다.
협상과정에서 정부는 「내외금리차 2%포인트이내」의 카드로 선진국들의 채권시장·현금차관 전면개방압력을 슬쩍 피해갔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현금차관 허용조치에서 드러났듯 이 마지노선은 무너지고 있다. 개방압력강도에 따라 외국인 투자업종 개방일정 역시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이 OECD로부터 「개도국지위」를 어느정도 보장받은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시한은 최대 2000년까지이며 추가연장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문의 「기후변화협약」은 우리나라에 개도국특례를 인정, 온실가스감축의무를 면제해줬지만 2000년이후엔 선진국처럼 감축목표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OECD분야는 아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서 「특혜」를 인정받은 쌀시장개방 역시 2004년 후속협상에선 「OECD국가」인 한국에 더이상 특혜연장이 용인될 것 같지는 않다.
개도국지원도 마찬가지다. 선진국클럽인 OECD는 회원국들에 대해 국민총생산(GNP)의 0.7%정도는 개도국을 위해 쓰라는 도덕적 의무를 지우고 있다. 물론 이를 제대로 지키는 회원국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대개도국지원율은 0.1%에도 못미치고 있어 「빚을 지는 살림에 쌀까지 퍼줘야 할」형편이 된 셈이다.
막바지까지 OECD가입에 애를 먹였던 노동문제는 앞으로도 우리 정부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현재 노사개혁이 진행중이긴 하나 OECD 유럽회원국들은 우리나라가 당분간 수용키 어려운 공무원·교원노조허용 및 구속노동운동가 석방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회원국 동질성」을 강조하는 OECD 특유의 집단정서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내정간섭」이 될 수도 있다.
이밖에 대일수입선다변화제도 대미자동차시장개방 등 OECD밖의 쌍무적 현안에서도 OECD국가로서 우리나라의 「협상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OECD가입은 개방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가입협상때보다 더많은 개방공세와 압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이성철 기자>이성철>
◎OECD 가입현장 이모저모/지난주말 협정문안 작업 끝내/38페이지 협정문 이달중 파리서 공동서명
○…이날 OECD이사회의 한국 가입초청 결정은 앞서 기존회원국들의 가입초청 때와 마찬가지로 표결이 아닌 만장일치의 컨센서스 방식으로 이뤄졌다. 파리에 상주대표부를 두고 있는 OECD의 27개 회원국(28번째 회원국인 폴란드는 아직 국회비준을 못받아 불참)의 대사들은 이날 상오 10시 OECD본부의 오클랜드홀의 대형 원탁테이블에 둘러앉아 도널드 존스턴 OECD사무총장의 주재로 한국의 가입초청문제를 최종 검토했다.
한국의 가입문제는 매달 2차례씩 열리는 정기이사회의 일환인 이날 회의의 첫 안건으로 상정됐다. 각국 대표들은 미리 준비된 한국가입을 위한 한국―OECD간의 협정문 초안을 한부씩 배부받아 항목별로 세세히 문안을 검토하며 의견을 나누었으나 이날 회의는 사실상 그동안 실무작업을 통해 절충된 내용들을 확인하는 형식적인 자리여서 큰 마찰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검토와 각국대표들의 입장확인이 끝난후 존스턴 사무총장의 『반대의견이 없어 만장일치로 협정문안을 통과시킨다』는 선언이 한국의 가입초청이 최종결정된 순간이었다.
한국의 OECD 가입초청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기존 27개 회원국의 OECD 대표부대사들은 이날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날 본국으로부터 이에 관한 정부의 공식훈령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에서 관계부처 회의도 열렸다는 것이다.
A4용지 크기 38페이지로 구성된 협정문(STATEMENT)에는 ▲한국을 OECD 신규 회원국으로 초청한다는 내용의 OECD측 초청성명 ▲한국정부가 이를 수락하면서 양측간에 맺어진 가입조건(OECD의 규범이행에 대한 한국측의 수락과 유보사항)이 명시되어 있는데 영어와 불어판으로 되어 있으며 이미 지난주말에 문안작성작업이 끝났다는 것. 한국정부와 OECD측은 이달중 파리에서 이 협정문에 대한 공동 서명행사를 갖게 된다.
○…한국의 OECD가입이 결정되면서 OECD안팎에서는 한국이 다음 목표로 「G10 그룹」가입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G10은 OECD의 기존 28개회원국중 핵심국가들만 참여하는 비공식기구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G5)에다 캐나다 이탈리아(G7)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등 모두 11개국이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나 흔히 G10그룹으로 불린다. OECD내 경제정책위 산하의 비공식 기구인 G10그룹은 OECD의 알맹이인 국제통화 및 금융정책을 협의하는 모임으로 사실상 세계금융의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커런시(CURRENCY·통화) 마피아」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들 G10그룹 회의는 국제경제상의 중요사안이 있을 때마다 극비리에 열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OECD가입 추진 일지
78년 6월 미국 재무장관, 한국의 OECD가입 거론
78년 10월 철강위원회 설립 직후 한국가입 초청
80년 1월 OECD사무국, 한국의 경제협의회 개최 제의
89년 3월 OECD에 연락관 파견, 공무원 연수 시작
89년 10월 사무총장, OECD회원국 후보로 한국 거론
90년 2월 조선실무작업반 정식가입추진 결정
91년 4월 정부조사단 첫 파견
91년 10월 한국정부, 90년대 중반 가입의사 표명
92년 1월 제7차 5개년계획에 OECD가입 정식반영
92년 4월 OECD각료이사회, 한국가입 문제 협의
93년 7월 96년 가입계획 확정(신경제5개년계획)
94년 6월 각료이사회,한국 가입조건 사무국에 위임
95년 3월 OECD가입신청서 제출
95년 11월 해운위원회 심사종료
95년 12월 보험위원회 심사종료
96년 2월 금융시장위원회 심사종료
96년 4월 국제토자위·자본이동위 1차심사
96년 5월 환경위원회 심사종료
96년 6월 재정위원회 심사종료
96년 7월 국제투자위·자본이동위 심사종료
96년 10월 OECD가입 정식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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