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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순차적 학살 당한듯/공비 주민살해­피살당시의 정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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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순차적 학살 당한듯/공비 주민살해­피살당시의 정황은

입력
1996.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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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입산 할머니 소리안나게 둔기 치사/이어 마주친 2명 도주하자 1명은 사살/1명 옷벗겨 인질잡아 뒤늦게 살해 추정무장공비 잔당에 의해 살해된 이영모씨(53·평창군 진부면 탑동리)등 민간인 3명의 시신이 발견된 오대산 뾰지게봉 정상 부근에 대한 군·경의 현장검증과 시신부검 이 10일 실시돼 살해 당시의 정황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씨의 시신은 뾰지게봉 7부 능선에서 동쪽 아래로 23m 떨어진 산비탈 숲속에서 낙엽 등으로 완전히 가려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왼쪽 뒷머리에 1∼2발의 총을 맞고 머리대부분이 없어진 상태였다.

이씨와 함께 입산했다가 살해된 김용수씨(44)의 시신은 8부 능선에서 서쪽으로 70m떨어진 산기슭에서 참나무에 걸리고 낙엽과 갈대 등으로 가려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시신과는 직선거리로 1백m 떨어졌다. 왼쪽 가슴 정면에 1발의 총을 맞은 김씨는 푸른색 작업복 상하의가 완전히 벗겨진 속옷 차림이었다. 김씨는 또 왼쪽 손목 부위에도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바지는 시신에서 50m정도 떨어진 능선에 가려진 채 놓여 있었으며 M16 탄피 2∼3발과 흰색운동화, 톱, 곡괭이 등도 주변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웃옷이 발견되지 않아 공비가 추위를 막거나 위장을 위해 입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정우교씨(69·여)는 김씨의 시신으로부터 정상쪽으로 3백여m 떨어진 정상부근에서 얼굴을 둔기에 맞은 채 목이 졸려 숨져 있었다.

시신의 상태와 발견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군·경은 공비들이 가장 먼저 발견한 정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이어 마주친 이씨와 김씨 중 달아나던 이씨를 등뒤에서 사살하고 김씨는 반시간 남짓 인질로 잡고 있다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가 가장 먼저 살해됐을 것이라는 근거는 공비들이 처음에는 위치노출을 꺼려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비들은 69세 할머니인 정씨가 자신들과 마주치고도 힘에 부쳐 재빨리 도망치지 못하자 어렵지 않게 붙잡아 둔기로 살해한 후 목을 졸라 확인살해까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정씨가 가장 먼저 입산했다는 주민들의 말도 공비들이 두 남자를 발견하기 이전에 정씨를 조우, 살해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공비 잔당은 이어 주민들이 총소리를 들었다고 신고한 8일 하오 4시10분 께 이씨와 김씨를 함께 마주친 뒤 곧바로 이씨를 사살하고 김씨는 인질로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사람은 8일 상오 함께 입산했다가 이날 밤까지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됐었다.

이씨는 육군 하사관 출신으로 50세를 넘겼지만 계속 험한 산 일을 해와 체력이 좋은 편이어서 공비를 발견하자마자 도망가던 중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씨와 달리 옷을 입은 채 뒤쪽 머리 부분에 총탄을 맞았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마지막으로 공비들은 함께 마주친 김씨는 붙잡아 쉽게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벗겨 인질로 잡고 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사살하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가슴 정면에 총상을 입었다. 8일 하오 4시10분과 4시30분께 각각 5발정도의 총성을 들었다는 주민들의 말이 맞는다면 김씨는 이씨보다 약 20분 정도 후에 살해됐다고 볼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민간인들이 살해된 순서와 시간, 당시 상황 등을 아직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여러 정황으로 볼때 정씨, 이씨, 김씨 순으로 살해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평창=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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