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전 한국특파원 지적/“불안 야기” 반체제인사 시위저지 시도올해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수상후보인 리처드 홀브룩 전 보스니아특사가 「한국」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 재직하던 79∼80년 당시 신군부 집권 과정에서 「의심스런」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11일 평화상 선정발표를 목전에 앞두고 홀브룩의 후보자격에 문제를 제기한 인물은 77년부터 5년간 한국특파원을 지낸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노만 도프. 그는 9일 칼럼에서 『홀브룩은 전두환 장군의 유혈군사집권에 앞서 민주인사들이 정국불안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던 장본인』이라며 『노벨위원회가 그를 평화상 수상자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도프의 칼럼요약이다.
『최근 비밀해제된 미 정부문서에 따르면 신군부가 반체제인사 수십명을 체포했을 당시 홀브룩은 반체제인사들이 문제를 야기해 스스로 체포됐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홀브룩은 79년 12월6일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 대사에게 보낸 비밀전문에서 기독교 성향의 반체제인사들의 민주화 데모에 민감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당시 「계엄령과 긴급조치 9호의 해제를 원하지만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계엄령에 대한 도전을 지지하지 않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후 2주동안 200여명의 인사가 구속됐지만 홀브룩은 「반체제인사들이 정부측의 유감스런 대응을 유발시켰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그는 반체제 인사들이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글라이스틴에 교묘한 작전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글라이스틴대사가 반체제인사들을 만나 얘기할 메시지를 한국 군부 및 정부관계자들과 사전 상의하도록 하는 내용의 훈령을 내렸다. 글라이스틴 대사가 이에 동의하지 않아 불발됐지만 만약 홀브룩의 전문이 그대로 실행됐을 경우 오늘날 미국은 군부에 의한 정권전복을 부추긴 나라로 한국인들에 각인됐을 것이다』
보스니아에선 「평화의 사도」였는지 모르지만 한국에선 군부의 권력찬탈을 방조한 약삭빠른 미 외교첨병이었다는 게 바로 도프의 시각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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