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인구 1.5배 신자인 셈/사찰·교회 등 초대형 경쟁/봉사는 뒷전,공신력 실추통계청은 95년 11월에 실시한 전국인구·주택 총조사중 표본 2%를 추출조사, 9월 중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에서 각 종교의 신자수는 우리 종교계의 고질인 「신자수 부풀리기」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숫자와 각 종단이 92년말 문화부(당시)에 신고한 신자수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통계청 자료에는 불교신자가 1,038만명이었으나 불교계의 제출자료는 3배 가까운 2,898만명이었다. 개신교도 통계청 조사로는 881만명, 정부제출자료는 1,446만명으로 2배 가까운 오차를 보였다. 유교는 신자수를 1,026만명이라고 신고했지만 통계청의 수치는 19만명이었다.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도 각각 8만5,000명, 2만9,000명, 1만명으로 조사됐으나 신고한 숫자는 119만명, 112만명, 46만명이었다. 기타 종교까지 종교인구를 모두 합치면 남한인구 4,450만명(93년 7월 현재)의 1.5배인 6,629만명이 된다. 이같은 허수놀음은 구원과 봉사라는 본래의 소임보다 외형성장에 치중해 온 한국종교의 허상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모사찰은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황금법당 건립불사를 벌이고 있다. 108평 규모의 법당 안팎은 물론 마룻바닥, 손잡이에까지 황금을 입히는 공사에는 60여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계의 뜻있는 인사들은 『금불상 조성은 신성화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법당 전체를 금으로 칠하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 지난해 대구 D사는 높이 30m의 석조 약사여래입상을, 서울 B사는 높이 35m의 석조미륵입상을 세워 관심을 끌었다. 70년대말 서울 강남개발 과정에서 일부 개신교 교단이 대형 교회를 건립하면서 불기 시작한 호화·대형성전 바람은 최근 더 심해졌다. 신도시는 대규모 종교시설의 각축장이다. 천주교가 수원교구 분당성당을 국내 성당중 최대 규모로 신축할 계획이며 S교회도 이 곳에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는 연건평 3,000평 규모의 교회 건립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종교가 성장 우선의 산업화논리에 물들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급격한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가치관의 전도, 파괴 등 정신적 공황을 경험한 우리의 정서에 맞추려는 한국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사회적 공신력은 떨어져 간다.
종교계의 사회봉사활동을 살펴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지난 3월 실천불교전국승가회(공동회장 지선·청화 스님)가 발표한 「종무행정연구」에 수록된 「재무행정에 관하여」라는 논문에 따르면 조계종단의 대표적 7개 사찰의 사회사업비 비율은 1% 안팎이었다.
기성종교가 상업주의화·비대화·이익집단화하면서 반목과 충돌을 거듭하는 가운데 신자들의 욕구나 불만을 담아내지 못하면 사이비종교가 자란다. 87년 오대양사건, 94년 종교문제연구소장 탁명환씨 피살사건등은 복을 팔며 급성장한 기성종교의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사건이다. 사회구조적 모순을 외면하고 개인적 선행만 강조하는 종교인과 개인구원에 집착, 내세를 강조하는 기복적 신앙인 등이 문제이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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