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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씨 비자금 항소심­1차공판 의미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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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씨 비자금 항소심­1차공판 의미와 전망

입력
1996.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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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뇌물법률공방 대신 정상론만/최대한 형량감경전략 “속전속결”/12월 「5·18」 함께 선고공판 예상10일 열린 전두환·노태우씨 비자금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대다수 재벌총수들과 전·노씨 측근들이 적극적으로 반격을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항소이유가 본격적인 유무죄 다툼보다는 형량감경에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비자금 사건 항소심공판은 1심때와 쟁점에서 특이한 차이가 없는데다 재벌 피고인들이 재판에 자주 출석하기를 꺼리고 있는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초고속재판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었다.

특히 공판 전날인 9일 담당재판부가 검찰측과 변호인측을 불러 재판진행 방식 등을 협의할 당시 대다수 변호인들이 결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 이경훈 전 (주)대우 대표이사 등 경제인 3명과 금진호 전 의원, 안현태 전 경호실장, 성용욱 전 국세청장, 안무혁 전 안기부장의 변호인들은 예상대로 정상론에 치중하는 변론을 폄으로써 재판을 오래 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의 「항전의사 포기」는 비자금사건에서 법률공방의 쟁점인 뇌물의 대가성에 대해 검찰의 「포괄적 뇌물론」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즉 변호인측은 사실관계나 법률 다툼보다는 기업운영이나 경제발전 기여 등을 강조함으로써 최대한 실형선고는 면하고 보자는 전략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측의 한 관계자는 『항소심에서는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 정상이 참작돼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 등 가벼운 형이 선고되지 않겠느냐』며 『이 경우 굳이 상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이 노씨에게 자금을 전달할 당시의 상황설명을 위해 증인을 신청하거나 증거를 제출한 것은 「의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김회장 등의 경우 증인 신청이 뇌물죄의 유무죄를 다투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실형을 집행유예로 감경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라는게 법원주변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관련 『김회장이 (주)대우 김준성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김준성 회장의 진술을 통해 자신은 청와대에 자금을 줄 당시 해외활동에 전념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재판부에 양형 감경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회장과 최회장 등의 재판이 11월중 한두차례 더 속행된 뒤 결심이 이뤄지면 전, 노씨를 포함 비자금사건 피고인 13명에 대한 선고는 11월말 또는 12월 초순으로 전망되는 12·12 및 5·18사건 선고공판과 함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판에서 노씨측에서는 이현우 피고인이 일부 사실관계에 대한 조회를 재판부에 요청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안피고인 등 전씨 비자금사건 관련자 3명 모두가 결심에 반대하지 않은 것은 비자금사건보다 12·12 및 5·18사건에 치중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된다. 결코 유리할 게 없는 비자금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해 놓고 12·12와 5·18에서의 명분싸움에 주력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김승일 기자>

◎비자금 항소심 공판 표정/11명중 8명 결심마쳐 “싱겁게 마무리”/재벌총수들 심리 종결·연장 엇갈린 반응 대조/변호인이 항소이유서에 피고인 사면설 공박

10일 열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은 각각 1시간 15분, 1시간30분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공판에서 관련피고인 11명중 8명이 결심까지 마쳐 비자금사건 항소심은 12·12 및 5·18사건공판과 달리 싱겁게 끝날 것으로 법원주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노씨 비자금사건 공판에서 재판부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에 대해 『사실관계 규명 등을 위해 다른 피고인들과 분리, 심리를 계속하겠다』고 밝히자 최회장의 변호인은 『최피고인에 대해 오늘 결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으로 심리가 종결된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과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은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재판에서 성용욱 전 국세청장은 최후변론에서 『공직생활중 대공업무에만 종사하다 잠시 국세청장을 지냈다가 이번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며 울먹이며 최후변론을 했다.

성씨는 『지난 6개월여간 교도소에 갇혀 있으면서 한순간도 이번 일을 반성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노씨 비자금사건으로 항소한 이경훈 전 (주)대우 대표이사의 변호인인 황상현 하철용 변호사가 이피고인의 항소이유서에 항간에 나돌고 있는 사면설을 공박한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황변호사등은 항소이유서에서 『1심판결을 통해 법과 정의를 보여준 법원의 의지와 용기는 우리를 숙연케하지만 때이른 사면설의 대두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며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유익하다고 판단될 때 사용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권력남용이 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7일 열렸던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첫 공판이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재벌총수들이 대거 모습을 나타내 노씨 비자금사건 공판에는 방청객들로 대법정이 거의 가득찬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대우·동아·한보·진로 등 그룹 관계자들이 대거 법정에 나와 총수들의 재판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앞서 상오 9시30분께 동아그룹 최회장이 2층 검색대를 통해 재판정으로 들어간데 이어 대우그룹 김회장 진로그룹 장회장 한보그룹 정총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그룹직원들로 보이는 2∼3명의 안내를 받으며 차례로 입정했다.

이들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대체로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입정한 금진호 전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검색대를 통과,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1심공판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휠체어에 앉아 출정했던 한보그룹 정총회장은 이날 상오 항소심공판에서는 감청색 정장차림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반면 노씨 비자금사건 피고인중 1심에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유일하게 구속수감중인 이현우 전 청와대경호실장은 오랜 수형생활때문인지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다.<이태규·이영태 기자>

◎비자금수사 어떻게 돼가나/전씨 채권 찾기 아직도 “숨바꼭질”/만기돼도 안찾아가 시효지나면 추징 불능/노씨 800억도 오리무중 「연내색출」 기대난

검찰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닉비자금을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

10일 열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비자금사건 항소심공판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검찰과 전씨측의 비자금행방에 대한 「숨바꼭질」은 여전히 원점을 맴돌고 있다. 전씨측이 검찰의 추적을 교묘하게 따돌리며 「금고」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전 전대통령의 은닉비자금으로 추정되는 1천8백억원중 검찰이 찾아내 압수한 비자금은 3백89억원. 검찰은 집요한 추적끝에 나머지 은닉비자금 1천4백억원중 8백42억원의 행방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 돈이 무기명 장기금융채권으로 은닉된 것. 검찰은 전씨 소유의 채권번호와 액면 금액까지 확인해 두었으나 정작 전씨측은 이미 만기가 된 1백20억원대의 채권을 방치, 원리금조차 찾아가지 않고 있다. 전씨측은 채권을 할인해 현금화하는 즉시 수사망에 포착돼 추징당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6백80억원대의 채권도 97년말부터 98년초까지 만기가 몰려있지만 역시 전씨측은 손대지 않을 것이다.

전씨의 경우 형확정 판결후 추징 공소시효 3년만 지나면 이 돈을 합법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이 경우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실명전환의무 위배에 따른 일정액의 과징금만 물면 될 것이다. 결국 8백억원대의 채권과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6백억원대의 자금을 검찰이 끝내 확인하지 못할 경우 전씨에 대한 실효성있는 추징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은 이순자씨가 전씨를 대리해 자금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지만 전씨의 연희동 자택에 대한 전면적 압수수색과 이씨의 소환조사는 이미 1차 수사단계에서 포기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도 아직 전모가 드러났다고 보긴 이르다. 노씨가 밝힌 비자금 4천5백억원중 사용처가 밝혀진 3천7백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8백억원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이 노씨 비자금수사를 마무리한 후 6개월이나 경과한 뒤인 지난 5월 쌍용그룹이 노씨의 돈 2백억원을 변칙실명전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전례도 있다.

검찰은 최소한 올연말까지는 전씨 등의 비자금 색출에 총력전을 펼 것이라고 말하지만 별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검찰주변에서는 쌍용그룹과 마찬가지로 2∼3개 기업이 전씨의 비자금을 은닉해 준 혐의를 검찰이 이미 포착했다는 소문도 나돌지만 검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수사과정에서 전씨의 비자금을 관리해 준 혐의로 피소된 전 쌍용그룹회장 김석원 의원의 사법처리여부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의원은 검찰의 수차례에 걸친 소환요구에 해외출장과 정기국회등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고 있어 김의원에 대한 조사는 국회가 끝나는 12월 말께나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사과박스속 현금다발」로 상징되는 김의원의 혐의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정의 「칼」을 들기에는 다소의 부담감을 느끼는 듯한 인상이다.<이태희 기자>

◎눈길끈 실형위기 재벌회장들/몸 낮추며 반성빛 선처 호소/“자칫 옥살이할라” 절박한 표정/“정상참작” 탄원서 첨부하기도

10일 열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재벌회장들의 마지막 자구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재벌그룹회장 4명은 1심에서 징역 2년∼2년6월이 선고된 만큼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될 경우 수인생활을 각오해야 할 절박한 처지다. 대법원은 법률심사를 통해 유무죄만 판단할 뿐 항소심형량을 작량감경하지 않기 때문에 항소심이 마지막 구명기회인 셈이다.

공판이 시작되기 직전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법정에 출두한 김회장 등은 재판부를 향해 깍듯이 인사하는 등 예의를 갖췄다. 진술할 때도 공손한 모습으로 차분히 대답했고 가능한 한 몸을 낮추고 반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장진호 진로그룹 회장과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이경훈 전 (주)대우 대표이사 등은 최후변론에서 『물의를 일으켜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다시 한번 산업현장에서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대우그룹 김회장과 동아그룹 최회장은 형량을 낮추기위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증인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김회장은 비자금 사건 당시 국내업무를 총괄했던 (주)대우 김준성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 잦은 해외출장으로 국내업무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정상론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그룹 최회장도 노 전 대통령에게 준 돈이 은행대출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서울신탁은행관계자의 인증진술서를 제출했다.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제출도 눈에 띄었다. 한국건설단체협의회 산하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14개 협회는 이달초 『동아그룹이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일부 완공, 민간외교사절로서 국위를 선양했고 대수로공사 3, 4단계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최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진로그룹 장회장측도 이날 전계열사 노조위원장 명의로 관대한 처분을 바라는 탄원서를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냈다.<송용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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