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철책선 북쪽서 귀환 유도 불빛/하루 수차례 엉터리 지령… 위치파악 혼선8일의 양민 살해사건이 군이 미처 예상치 못한 뜻밖의 지점에서 발생하자 북한이 공비들의 도주를 돕기 위해 다양한 기만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군은 작전 보름째인 지난 2일 북한의 보복위협을 전후로 병력을 원대복귀시키는 등 재배치하고 수색대상지역을 비무장지대에서 가까운 북쪽으로 옮겼다.
5일에는 군사분계선에서 5㎞ 떨어진 최전방 고성군 건봉산(해발 911m)에서 공비의 존재를 확인하는 결정적 단서를 포착, 이 일대를 집중 수색해 왔다. 실제로 지난주 내내 철책선 북쪽에서는 공비들의 무사귀환을 재촉하는 대남확성기방송과 함께 목표 도주로를 알려주기 위한 서치라이트 불빛이 비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양민 살해현장은 이곳에서 남쪽으로 무려 80㎞나 떨어진 오대산 자락이었다. 휴전선 혹은 건봉산 부근에 있던 공비들이 남쪽으로 이곳까지 이동해 왔을 리는 만무하다. 이 때문에 군당국은 북한이 TV 등을 통해 우리 작전반경과 내용을 곧바로 파악, 공비들에게 수시로 역지령을 내리는 한편 각종 기만전술로 양동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북에서 내려오는 지령중에는 우리 군수색작전을 헷갈리게 하는 엉터리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군당국은 특히 2일에 있었던 북한의 보복협박 역시 고도의 기만책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있다.
북한 잠수함이 발견된 안인진리 해안에서 양민 살해현장까지 직선 거리는 43㎞. 실제 산악 이동거리로 따지면 80∼1백20㎞ 정도이다. 전문공작원들이 비록 하루 평균 15∼20㎞정도는 이동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괘방산과 청학산·칠성산 일대에 수색병력이 촘촘이 깔린 상태에서는 마음놓고 이동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이들은 그동안 은밀한 「비트」(비밀아지트) 등에 은신해 있다 보복협박으로 우리 군 병력이 빠지는 틈을 이용, 이곳 오대산 자락까지 정신없이 도주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군당국은 그러나 양민을 학살한 공비는 아직 오대산과 괘방산 일대 군작전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소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양민을 학살한 공작조가 1명이냐 2명이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작조 2명이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학살현장의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1명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황들로 미뤄보면 공비들은 현재 오대산에 공작조 1명과 건봉산에 또다른 공작조 1명이, 나머지 안내조인 이철진(27)은 여전히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부근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명 모두 우리 군 수색망안에 갇혀 있다는 결론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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