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 불구 노조무력화 등에 반발 만만찮아/노동당,소수당 지지업고 6년만에 재집권 기대서방국가들 가운데 보기드물 정도로 급진적으로 추진돼온 뉴질랜드의 개혁정책이 12일 총선을 통해 국민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약 240만명의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120명(직선 60·비례대표 60)을 선출하게 되는 이번 선거는 짐 볼저 총리(60)가 이끄는 국민당의 개혁정책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볼저 총리는 90년 집권이래 「면도날 갱(Razor Gang)」으로 불릴정도로 과감한 개혁정책을 펴 이전 노동당 집권시부터 시작된 경제개혁을 혁명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재정적자 축소 명목으로 사회복지·의료예산을 거의 없애버렸다. 시장에 대한 정부간섭과 개입을 배제했으며 국영자산을 팔아 외채를 갚아나갔다. 무엇보다 노동당정권이 차마 손대지 못했던 노동부문에 칼날을 들이댔다.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고용계약법 등 신노동관련법을 제정, 노동시장에도 시장원칙을 도입했다.
그 결과 연평균 13%에 달하던 인플레가 2% 미만으로 잡혔고 실업률은 6% 아래로 내려갔다.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섰으며 재정적자는 98년까지 GDP의 20%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은 30%지지율을 얻는데 그쳤다. 노동당(26%)보다는 앞서고 있지만 과반수의석을 얻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동당은 각각 10∼2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좌익동맹당과 뉴질랜드 제1당(NZF)의 지지를 얻고 있어 6년만에 재집권, 헬렌 클라크 당수(46)를 뉴질랜드 최초의 여성총리로 탄생시킬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같은 형세는 개혁으로 인해 경제전체는 살아났지만 노동자 학생 연금수혜자 등의 희생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동계약법을 폐지하고 사회복지에 다시 정책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노동당과 소수정당들의 주장에 끌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93년 개정된 선거법에 의해 치러지는 독일식 비례대표제 선거방식도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채택은 양당체제에 염증을 느낀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직접 대변하는 소수당을 통해 효율적으로 의회를 통제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원했던 결과이다. 이에 따라 소수정당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노동당의 집권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볼저 총리는 『이제 고생은 끝나고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멀어진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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