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역시 「당선되면 그만」(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역시 「당선되면 그만」(사설)

입력
1996.10.11 00:00
0 0

이번에도 역시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우리 선거판의 고질적 병폐가 또 한번 확인됐다. 새 시대의 새 선거풍토를 표방하며 엄격한 통합선거법 아래 치러졌던 4·11총선조차도 정치권과 검찰과 선관위 등 선거사정기관의 의지가 퇴색되면서 사범단죄와 공명선거 약속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이다.오늘(11일)은 선거사범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날이다. 이날을 하루 앞두고 검찰은 앞서 선관위가 선거비용실사 결과 당선무효도 가능한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수사의뢰한 현역의원 10명중 이미 기소된 3명을 뺀 7명 전원을 불기소, 사정의지의 퇴색을 여지없이 드러냈었다. 검찰은 이에 앞서 편파수사 혐의로 정치권에서 시비의 대상에 오른 여당의원들에 대해서도 이미 서둘러 무혐의로 불기소처분한 바 있었다.

결국 시효일을 맞아 검찰이 밝힌 사범단속 실적은 현역의원 1백40명 입건에 10명 기소로 끝나고 있어 5명을 기소한 14대 총선때보다 숫자로는 5명이 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실적을 두고 정치권이나 당국의 공명선거 의지가 발현된 것으로 보는 국민이란 없다.

오히려 유례없이 엄격한 새 통합선거법의 입법정신이나 당선무효가 얼마가 되든 끝까지 선거사범을 단죄해 공명선거 풍토를 정착시키겠다고 장담했던 강도에 비하면 오히려 과거보다 단속의지가 퇴보했다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왜 이런 용두사미가 거듭되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정부당국 모두 철저한 반성과 다각적인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꼽을 수 있는 원인으로는 법과 제도보다는 의지의 문제랄 수가 있겠다. 사실 새 선거법은 과자 한개 주고 득표를 권유해도 당선무효가 될 정도인데 그런 무서운 법조차도 법집행자가 성의없이 단속하거나 정치적 이해로 눈을 감아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게되는 것이다. 선관위고발의원들을 검찰이 무더기 불기소한 것도 크게 보면 결국은 의지의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권의 의지퇴색도 총선 공정성시비 특별조사위원회의 무산을 통해 이미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었다. 물론 일부 검찰의 무혐의 처리조치에 대해 야당측에서 재정신청을 하는 등 다툼이 있긴 하다. 그러나 비서 등에 의한 명백한 내부고발 없이는 거의 무혐의처리되기에 이른 오늘의 선거사범 수사결과를 놓고 「당선」이 곧 「면죄부」란 소리가 어찌 나오지 않겠는가.

이같은 의지의 실종 외에도 선거법의 입법취지와 실효성을 구현하기 위한 선거관련 제도전반에 관한 재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선관위 고발을 검찰이 불기소할 수 밖에 없는 제도 및 실사절차상의 미비점은 물론이고 현실과 지나치게 유리되어 있다는 선거비용 범위와 허용한계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가 있어야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