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에 담긴 시대정신 알아내기건축은 문화다. 건축물은 구조물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이데올로기를 담는 그릇이다. 70년 7월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는 개발과 성장으로 요약되는 제3공화국의 정신을 반영하며 78년 건립된 세종문화회관은 「전통적 요소를 수용하는 새로운 현대성 창출」이라는 문화사적 고민을 상징화한 건축물이다. 따라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단순한 건축물의 붕괴가 아닌 성장제일주의만을 지향했던 한국근대화 과정의 붕괴를 함축한다. 서울대 건축학과 강사인 안창모씨는 이같은 관점에서 해방 이후 50년간 한국건축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있다.
해방 이후 일제잔재의 청산도 해결하지 못하고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한국건축은 기둥을 세우고 시멘트를 바르는 공학으로 전락, 주춧돌을 잘못 놓은 집처럼 비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공과 전통이라는 지배이데올로기를 형상화한 자유반공연맹센터와 부여박물관, 제5공화국의 문화프로젝트였던 예술의 전당과 독립기념관, 수도권 개발에 따른 새로운 주거문화 창조의 신도시건설, 후기자본주의의 상업적 속성을 극대화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까지…. 지난 50년간 한국건축이 걸어온 모습은 이 책의 부제처럼 「일그러진 단편」들이었다. 도서출판 재원간·1만원<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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