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저효율 해소 광범 처방/공공·민간망라 다양한 방안 제시/제도개선 등 한계 실효는 미지수9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추진방안을 보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선택폭이 얼마나 좁은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경쟁력 10%이상 높이기」가 엉킨 실타래같은 한국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키 위한 당연한 명제이고 또 정부 나름대로 애쓴 흔적은 역력하지만 이날 제시된 추진대책들은 그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 문제의 본질과는 적잖은 거리를 두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 생산성제고 방안에선 ▲공무원 1만명 감축 ▲정부투자기관 인건비 및 경상경비 총액동결 ▲예산절감에 따른 인센티브제도입 등 전진적 개혁조치에도 불구, 전반적으로 「작은 정부」이념이 잘 나타나 있지 않다.
공무원감원은 비용절감 외에 규제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무원 자리수만 줄여도 규제는 대부분 없어질 것』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감원대상은 사무보조원과 철도·체신인력 등 규제와는 무관한 「하위 한계직」들로 제한됐다. 94년 경제부처 통폐합의 후속조치로 약속됐던 2단계 정부조직개편은 언급조차 없다. 과감한 조직개편과 잉여인력정리 등 정부기능 및 구조의 전면적 재배치 없이는 「크고 비능률적인 정부」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로의 탈바꿈은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고비용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경쟁력 향상대책도 「열거식」에 머물고 있다. 기업금융비용 10%경감을 위해 정부는 정책방향을 현금차관허용 등 「외자를 포함한 자금공급확대」쪽으로 잡았다.
그러나 국내 고금리구조가 돈의 총량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자금세례방식은 자칫 고물가→고금리의 거시경제적 악순환을 초래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공장용지가격의 25%인하는 공장을 짓고 싶어도 땅이 없고 규제가 많아 애를 태우던 기업들에 전향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공단개발에 따른 8가지의 준조세적 부담금을 면제하고 미분양 국가공단을 무이자 할부판매하며 수도권 공장입지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높은 공장용지가격은 기본적으로 토지공급부족에 따른 고지가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 산업용지확대를 위한 농지 등 토지용도규제완화는 이번에 거론되지 않았다. 고지가구조 개선없는 인위적 공장용지가격인하는 단기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으며 수도권 입지규제완화도 대기업만 득이 될 뿐아니라 되레 땅값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정부는 『1년안에 경쟁력을 10%이상 높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또 숨어 있던 정책과제도 많이 발굴했다.
그러나 정부조직개편같은 시기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아예 손을 대지 않았고 경기부양에 대한 부담탓에 고비용해소의 전제조건인 거시경제안정기조는 퇴색한 흔적을 남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만 후속작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1년내 경쟁력 10%이상 제고」란 시기적절한 아이디어는 흔한 1년짜리 캠페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경쟁력 10% 높이기」 주요내용
◎공공부문공공공사 일괄발주방식 적용 확대·민간이양 가능한 업무 최대한 이양·공기업 경쟁강화 이사회제도 개편
정부는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우선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키로 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낭비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수립해 추진키로 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산집행방식 개선:정부발주 건설공사의 경우 정부는 기본적인 수요 또는 기준만 제시하고 민간기업이 설계부터 공사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일괄발주(턴키)방식 적용을 확대하고 민자유치대상사업은 원칙적으로 일괄입찰방식으로 시행한다. 경상적 경비지출 절감을 위해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다.
◇인력과 조직의 감축 운용:사무보조원 등 단순기능인력과 철도 체신등 현업관서인력은 4년간 1만여명 줄인다. 파출소 100여개의 통폐합등 중간 감독기관의 광역화 및 일선기관의 통합을 추진하고 민간이양이 가능한 업무는 최대한 민간에 넘긴다.
◇정부투자기관 등 공공부문 경영혁신:정부투자기관의 내년도 인건비와 경상경비 총액을 원칙적으로 동결하고 인력감축에 따른 인건비 절약분은 해당기관에 인센티브로 부여한다. 한국통신의 국제 및 시외전화요금을 인하하고 114를 유료화한다. 5개 권역별 국가산업단지 관리공단을 1개로 통폐합하고 인원을 대폭 줄인다. 공기업은 민영화이전이라도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신규 발전소 건설(원자력 제외)은 한전과 민간기업이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한다. 공단개발도 누구든지 최저가격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자에게 개발권을 부여한다. 정부투자기관의 이사회제도를 개편, 고객 금융기관 업계 학계의 참여를 확대하고 외부회계감사 제도를 도입한다.<이상호 기자>이상호>
◎기업부문임금체계 개선방안 연말까지 마련·공단 미분양용지 무이자 할부판매·연.기금 등 공공자금 금리입찰 금지·지자체 위임 규제업무 원칙적 철폐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이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금안정과 인력정책:고임금을 선도하는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를 유도하고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올해말까지 마련한다.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며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직장보육시설 설치비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융자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퇴직 고급·중견인력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 경총에 설치된 고급인력정보센터를 단계적으로 늘린다.
◇금융비용 절감:금융감독기관 국책은행 정부출연·출자기관의 인건비 및 경상경비 총액을 원칙적으로 동결한다. 보험회사의 보험계약자 대출원칙 폐지 등 금융부문별 칸막이식 금융상품 및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지원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퇴출절차를 간소화한다. 연·기금 등 공공자금의 금리입찰을 금지해 금리 하향안정을 꾀하며 수출선수금 영수한도를 수출실적의 15%에서 20%, 수출용 원자재 연불수입기간을 30일 확대해 해외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한다. 국산자본재 구입용 외화대출을 대기업에도 허용한다.
◇공장부지 부담완화:공단개발시 부과되는 개발부담금 등 8종의 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공장용지가격을 평균 25% 인하한다. 대불(122만평) 북평(32만평) 등 국가산업단지의 미분양용지에 대해서는 5년간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며 92년 5월이후 분양실적이 없는 김천 구성지방산업단지에 대해서는 1년간 분양가를 30% 인하한다. 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업종에 대해서는 수도권 공장증설 범위를 확대하고 대기업이 기존 공장부지내에서 첨단업종으로 전환하고자 할 경우 이를 허용한다.
◇물류비 경감:화물운송사업에 대한 진입규제를 완화하며 화물운송업종을 현재 6개 업종에서 3개 업종으로 단순화하고 운임신고제도를 폐지한다. 대도시 주변 광역전철망도 철도청 이외에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이 건설토록 유도하며 지자체에 대해 일정조건하에서 제한적으로 현금차관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강력한 규제개혁 추진:모든 규제는 원칙적으로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하고 지자체 및 관련협회 등에 위임·위탁된 규제업무는 올해말까지 전면 재검토해 원칙철폐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의무고용제는 폐지하되 최소한으로 운영하며 행정처분때 법적 근거없이 사전에 주민동의서를 구하는 행정을 지양한다.
◇기업의 경쟁촉진 및 부담완화:중소기업의 경쟁촉진을 위해 단체수의계약품목(289개)을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점차 전환한다. 원광석 등 비경쟁 기초원자재에 대해 관세의 무관세를 추진한다. 기업경쟁력 지원을 위해 전파사용료를 평균 10% 인하하며 중소 소프트웨어산업체에 대한 창업 및 기업활동 지원을 강화한다.
◇기술혁신 및 창업활성화 지원:대기업의 창업투자회사 지분 소유제한을 폐지하고 기술력 평가에 따른 기술담보대출제도를 시범 실시한다.<이상호 기자>이상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