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사는 한인 김정실씨(41)의 기사(한국일보 9일자 13면 보도)를 읽고 지나치기 아쉬워 메아리에 옮긴다.컴퓨터통신업체인 자일랜사 사장인 재미동포 스티브 김씨(김윤종·47)의 부인인 김씨는 최근 『로스앤젤레스민족교육관이 건립돼 2세들의 뿌리교육 산실이 됐으면 한다』며 거금 100만달러(8억1,000여만원)를 쾌척했다는 내용이다. 정부지원금 350만달러를 확보하고도 자체기금 120만달러를 마련하지 못해 애태우던 교민들이 숙원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기자가 스티브김을 만난 것은 94년 이맘때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발행되는 한국일보의 「얼굴없는 독지가」기사를 읽고 나서였다. 10여일간 수소문끝에 이름을 알아내 어렵사리 그를 만났다. 부친이 사업에 실패, 경복고와 서강대를 고학으로 마친 김씨는 76년 여권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그는 빌딩경비원 등으로 일하면서 칼스테이트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민 8년만에 파이버먹스란 광섬유생산업체를 설립해 성공, 처음으로 여유를 갖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한국일보에 보도되는 딱한 처지의 동포들을 숨어서 돕기 시작, 「얼굴없는 독지가」로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94년 우연히 알려지게 됐다. 두칸방에 400여명의 한인노인들이 소일하는 밸리노인회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채 10만달러를 기증한데서 비롯됐다. 노인회장은 기증자가 한인이란 사실이 너무 자랑스러워 이름도 모른채 한국일보 미주본사에 이 사실을 알렸던 것. 기사가 보도되자 밸리에 사는 한 동포는 같은해 1월 지진으로 살림을 다 잃고 낙담할 때 김씨부부가 찾아와 이름도 성도 밝히지 않은채 큰 돈을 건네주며 위로하고 갔다고 제보했고 동포할머니는 같은해 5월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도 받지 못하던차에 김씨부부가 찾아와 치료비에다 생활비까지 놓고 갔다고 한국일보 미주본사에 알려왔다. 김씨부부의 선행은 감춰진 게 훨씬 많을 것이다.
노모를 모시는 1남1녀의 가장인 김씨는 『열심히 일하고 아껴 생긴 여유로 이웃을 돌볼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스티브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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