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이 있으나 따지고 보면 세계에 가장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글이다. 배우기 쉽고, 못 적는 말이 없을 뿐 아니라, 가장 과학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한자를 우리나라 글자라고 하면서 섞어 쓰기를 주장하나, 세계 어떤 언어학자도 한자를 우리나라 글자라고 하지 않는다.중국에서는 한자를 읽기 어렵고, 알아보기 어려우며, 기억하기 어렵고, 쓰기 어렵기 때문에 네 가지 어려운 글자라고 하여 중국대중을 문맹으로부터 구해내어야 나라가 산다며 1929년부터 구추백이 앞장서서 「라틴화 새 글자」운동을 전개한 결과 58년 2월11일 「제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 5차회의」에서 라틴화문자를 결의통과시킴으로써 오늘날 간화자가 쓰이게 되었다. 중국 본고장에서도 사정이 이러한데, 일본이 한자를 쓰니까 우리도 한자를 써야 한다고 하나 그들이 왜 한자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가 하는 그 고충을 알고서 주장할 것을 주장하여야 한다.
○한자는 죽어가는 문자
전 도쿄대학교의 중국어학과 구라이시 교수는 「한자는 근대화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으로 보아 결국 소멸할 것으로 본다」고 갈파한 적이 있다. 이처럼 죽어가는 글자를 동경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는 48년 한글전용법이 제정된 이래 이 법에 따라서 정부는 모든 공문을 한글전용으로 하고 있으며 일간신문도 한글전용비율이 96년 현재 97.9%에 이르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학교의 교과서를 비롯하여 문학·학술서적, 잡지 및 기타 출판물들이 거의 한글로만 출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 국민이 얼마나 한글을 좋아하는가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컴퓨터를 매체로 하는 정보화시대다. 한글전용이 한자혼용의 경우보다 정보화속도가 10배나 빠르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자를 한글보다 더 좋아하는 이들은 한글전용법이 아무 소용없으니 폐기하자고 하나 그와 같은 발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공휴일로 되돌려야
오늘날 정부는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글의 세계화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한글을 더욱 잘 갈고 닦기 위해서 먼저 한글날을 공휴일로 되돌려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국민이 더욱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나라사랑의 정신도 깊어지게 되어 세계화가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글창제 550돌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제의를 하고자 한다. 그것은 한글박물관을 세우자는 것이다. 한글박물관을 세움으로써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그 역사적 과정을 자세히 알려주고 흩어져 있는 한글자료를 한 데 모아 온 국민이 함께 볼 수 있게 함은 물론, 한글의 글자꼴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한글정책은 어떠하였으며, 한글로 쓰여진 책자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한글전용의 추세는 어떠하였던가를 생생히 보여줘야 한다. 또한 한글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져 왔으며 앞으로 한글의 전망 등을 국민들에게 널리 보여 알게 함으로써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리의 훌륭한 한글문화를 세계에 알려 나라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의 우위가 나라의 우위를 결정한다. 따라서 문화발전의 속도가 빠른 한글전용으로 우리의 세계화를 기필코 달성하여야 할 것이다.<김승곤 한글학회 이사·건국대 대우교수>김승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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