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사 유류품싸고 한·러 신경전/러,수첩반환 요구 「첩보」 유무 촉각/북 외교관도 지문대조 포함 주목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러시아 합동수사단은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연해주 일대의 북한인 지문을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건 해명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유류품을 둘러싼 한·러시아 양측의 신경전이 빚어지고 있다.
수사단이 북한인을 상대로 지문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북한측에 좀더 혐의를 두기 시작했기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관을 포함한 관용여권 소지자들까지 지문대조 대상에 넣은 것은 북한 외교관의 개입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수사관계자들은 범인들이 여러 차례 최영사를 노리다 시한에 쫓겨 목격자가 많은 하오 9시께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지문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측이 지역 폭력단의 우발적인 범행이나 원한관계 등에 의한 개인적 범행 가능성보다 북한개입 가능성에 한걸음 더 다가선 것은 마피아를 포함한 현지 러시아 범죄자들은 대부분 총기를 사용하고 일을 깨끗이 처리한다는 애초의 판단이 시간이 갈수록 강하게 확인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또 당초 우리측 요구에 따라 사건현장에서 수거한 최영사의 유류품 가운데 여권과 열쇠뭉치, 증명사진 등과 함께 돌려 주었던 최씨의 수첩을 수사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는 문제의 북한정보가 러시아측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쪽지가 아니라 최영사의 수첩에 들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러시아측은 보도된 북한 관련 주요 정보가 자신들이 확보한 메모 쪽지에 있는지를 충분히 확인한 후 이같은 요구를 내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현장에서 메모 쪽지를 본 주 블라디보스토크 이석곤 총영사와 이광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블라디보스토크 관장은 당시 10여장의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신통찮은 내용의 메모가 있었을 뿐 「A4 용지에 작은 글씨로 적은 메모」는 없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또 최영사가 주요 북한관련 정보에 손을 대고 있었다면 그렇게 정보관리를 허술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결국 현장에서 자신들이 수거한 메모 쪽지에 그런 내용이 들어있다는 「사실과 다른」보도를 접한 러시아측이 작은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 찬 가로 7㎝, 세로 15㎝ 크기의 검은색 수첩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반대로 문제의 내용이 메모 쪽지 속에 들어 있는데도 러시아측이 문제의 수첩을 요구했을 경우 이는 한국측의 대북한 정보 추적 내용을 탐지, 한국의 정보수집 활동에 모종의 제동을 걸기 위한 경고차원의 조치일 수도 있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이석곤 총영사 일문일답/“수사 별무 성과… 상당시간 걸릴듯”/최 영사 「특수활동」 러와 외교마찰 없을 것
주 블라디보스토크 이석곤 총영사는 8일 빅토르 가브릴로프 러시아 연해주 경찰청 형사부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전반적인 수사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이총영사와의 일문일답.
―수사진행상황은.
『가브릴로프 형사부장은 수사방향을 3개 분야로 나눠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범행이 사전에 계획되고 조직된 전문가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여 용의자 색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사가 피살 당시 북한관련 정보를 적은 쪽지를 갖고 있었다는 보도에 대한 러시아측의 답변은.
―『가브릴로프 형사부장은 아직 자체 조사중이며 피살자의 유류품이 보도대로 공개됐다면 공개한 사람은 법적으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살현장에서 쪽지를 수거하지 않은 이유는.
『수첩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았고 나진·선봉 투자설명회에 대한 공문서가 들어 있어 돌려 받았다』
―우리 총영사관측도 수사당국에 진술을 했는가.
『사건 당일 밤 현장에서 우리 직원 2명이 진술했고 최영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표준연구소에서 온 손님도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안다. 현지 채용 러시아직원들도 조사를 받았다』
―러시아수사당국과 공식 협의 창구는 있는가.
『가브릴로프 형사부장과 매일 상오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최영사가 해 온 「특수 활동」이 러시아측과 외교문제를 낳을 소지는 없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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