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의 홀랜드는 인구 3만명의 작은 도시다. 한국인은 전부 25명쯤 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입양아 숫자는 600명이 넘는다. 인근 중소도시인 그랜드 래피즈를 합치면 한국 입양아는 3,000명에 달한다.이 지역에 입양아가 유난히 많은 것은 종교와 관련이 깊다. 크리스천개혁교회(CRC)의 본거지인 이 지역 주민들은 신앙심이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한국 입양아의 양부모들을 접하며 받은 충격은 적지 않았다. 핏줄을 중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인들이 입양에 관대하다는 사실쯤은 익히 알았지만 이들의 자식사랑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전체입양아의 10%인 지체부자유아의 부모들은 다 큰 애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손발이 되어준다. 한 부모는 6세때 입양한 아들이 김치맛을 못잊어 하자 10년동안 김치를 식탁에 올리고 있다. 부모들은 또 자녀들의 방에 서울의 야경과 한국 지도 등을 걸어놓았다. 자녀들에게 뿌리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친자식이 멀쩡히 있는데도 한국 어린이를 맞아들인 가정도 전체 입양 가정의 30%가 넘는다. 이들은 친자녀나 입양아 모두 신의 축복이라고 했다.
또 입양가정에는 정부보조금이 얼마나 지급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곳의 입양가정 선발기준은 매우 까다로워 경제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보조금을 받을 까닭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한국인들은 입양아에 대해 어느정도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고아 수출 1위국」이라는 사실에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입양을 꺼리는 모순도 지니고 있다.
물론 입양한 딸을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기사도 있듯 미국에 입양된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홀랜드에 사는 한국인들은 입양아들이 미국에 온 것이 백번 잘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위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한국의 고아들」보다 양부모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라는 「미국의 입양아」들이 훨씬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홀랜드(미 미시간주)="이종수" 특파원>홀랜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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