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신용이 걸린 우리의 여권관리에 비상이 걸려있어 근원적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법무부가 8일부터 출입국 심사업무 대폭 강화를 지시한 것도 여권관리 강화책의 일환으로 보이나 그 정도로 문제가 해결되기엔 사태가 심각하다.최근 위·변조된 우리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올들어 8월말까지만 7백8건에 이른다. 이는 93년의 3백93건, 94년의 4백11건, 그리고 95년의 6백40건에 비해 엄청난 증가율을 드러냈다. 더구나 과거에는 이들 한국 여권 위·변조 조직이 주로 중국·동남아 등 외국에서 암약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국내에서도 치밀한 조직으로 버젓이 성업해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법무부의 집계내용을 보며 느끼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는 동북아나 동구권국가로부터 우리나라에 불법입국하려거나 중국 조선족들의 불법취업 희망자, 그리고 동남아지역의 밀수·마약거래자들이 한국의 위·변조 여권을 얻기 위해 비싼 돈을 주어 왔다지만 간첩 등 불순분자들의 사용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란 불안감이다.
특히 최근의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북한의 대남 보복발언 등 국내외의 테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여권의 관리는 안보 차원 문제의 하나로 새롭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리란 생각이다.
여권관리강화 방안으로는 첫째 위·변조가 어려운 제조방법의 개선이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선진외국처럼 사진을 전자복사해 프린트하는 전사방식의 전환을 생각할 수 있다. 불법입국자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여권의 위·변조 용이에 있다면 과감히 단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입국심사의 과학화 등 강화책이다. 지금 우리의 공항, 항만입국심사는 지나치게 「좋은 인상」을 의식, 필요한 절차마저도 대강대강이다. 친절하면서도 세밀하고, 빠른 심사를 가능케할 과학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셋째로는 여권소지자나 여행자들의 철저한 여권관리 자세다. 최근들어 해마다 여권분실건수가 3천여건이 넘고 있다. 개인의 관리소홀로 분실된 여권은 곧바로 이들 위·변조단 수중에 들어가 불법입국자들의 여행증명서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들 조직이 활개치고 있는 국가들과의 수사공조체제도 강화, 하루속히 그 뿌리를 뽑도록 해야 한다.
한국여권의 위·변조가 성행한다는 사실은 곧 국제적인 우리 신뢰도의 추락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분별없는 북한 불순분자들에게 손쉬운 침투방법을 제공하는 것과도 같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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