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협상 핵심 경수로 등 차질 우려/미 대선 눈앞 긴장확대 불원 밝힐듯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의 방한은 무장공비 침투 이후 고조되고 있는 우리정부의 대북강경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긴급처방」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경수로부지조사단 파견 취소 등 경수로사업 전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최근 한반도 긴장의 「확대재생산」양상이 당장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가도 뿐아니라, 북한에 대한 개입(ENGAGEMENT)이라는 대북전략기조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미국의 판단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분위기가 로드 차관보의 방한으로 얼마나 수그러 들지는 미지수이다. 외무부 당국자는 이날 『로드차관보의 방한은 미국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 기회에 「확실한 대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94년 제네바 북·미합의와 4자회담 등을 축으로하는 대북개입정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0일 긴장의 와중에서 나온 북한의 제네바합의 폐기협박 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무장공비사건과 관련해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바란다』는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지난달 19일 발언이나,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페리 국방장관의 지난달 23일 스톡홀름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공노명 외무장관과 크리스토퍼 장관간의 뉴욕회담에서도 1차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사건 발생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언론성명을 필두로 팀스피리트 재개방침, 유엔안보리 추가조치 추진, 대북추가경협 중단 등 독자적 강경대응방침을 잇달아 내놓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와관련, 『일방 시혜적 북한 지원을 재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 지시는 권오기 통일부총리주재로 4일 열린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경수로부지 7차 조사단의 파견취소 결정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강경기조가 급기야는 제네바합의의 핵심사항인 북한 경수로사업에까지 미치자 「긴급처방」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백악관의 산드라 크리스토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수석보좌관까지 대동한 이번 방한에서 로드 차관보는 제네바합의 이행, 특히 경수로사업에 관한 우리측의 정확한 입장정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의 긴장국면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숙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당근정책」회귀를 바라는 미국의 입장과 북한에 대해 「가시적인 응징」을 가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어느 선에서 절충될 지 주목된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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