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훈민정음이 반포된지 550주년이 되는 날이다. 훈민정음 창제 후 가장 먼저 제작, 발표한 한글 문학작품이 바로 용비어천가다.이 용비어천가 가사중 「…새미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 새…」 부분을 제목으로 딴 MBC 국악프로 「새미기픈 믈」이 10월 말을 끝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뜻깊은 한글날을 전후해 듣게되는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종영 이유는 시청률이 저조한데 있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그러나 「새미기픈 믈」의 시청률이 얼마나 빈약한지, 또한 시청률이 프로의 존속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나 이번 결정은 지나치게 단견적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MBC는 지난 봄 편성 때도 이 프로를 중단했다가 PC통신등에서 항의가 쇄도하자 결정을 번복한 전력이 있다. TV프로 폐지를 두고 이처럼 반대의견이 쏟아진 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방송사의 시청률 조사가 단순한 숫자 헤아리기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진정한 팬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소홀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새미기픈 믈」이 존속돼야 하는 이유는 이 프로가 우리 고유의 소리와 몸짓과 악기를 소개하는 드물면서도 귀중한 공간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이 프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은 「새미기픈 믈」이 단순히 우리 고유의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라는, 다분히 국수주의적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꽹과리 가야금 거문고 아쟁 피리 대금 소금 등 전통 악기들이 빚어내는 흥겨움과 한의 절묘한 음조가 우선 듣는 이들을 매혹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개량 국악기인 모듬북과 22현 가야금 등의 소리, 현대음악과 접목된 새로운 국악은 그 자체가 예술성을 듬뿍 안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MBC가 시청률과 이에 연관된 광고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 방송사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시청률에 관계없이 의미깊은 프로, 비록 많지는 않지만 진정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를 계속 끌고가는 의연함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이 「새미기픈 믈」에는 적용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