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거의 정기적으로 공연해 온 대학도 있고 음악대학이라면 으레 오페라를 공연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학생시절에 대학 오페라에 출연했던 사람이 교수가 되어 후배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있어 세대가 달라진 것에 따라 제작과정이나 규모도 이전과 달라졌겠지만 대학오페라의 특징이나 장점은 예나 지금이나 「신선함」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소위 기성 오페라보다 대학 오페라가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관객들도 상당수 있어 대학 오페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그런데 관객을 심각하게 의식하지 않고 공연해 온 태도가 대학 오페라에서도 나타난다. 대학 오페라가 더 재미있다고 여기는 관객의 반응을 학생이니까 그저 「귀엽게 보아주는 것」으로 알고 흐뭇해 한 데서 끝나버리는 것이 보통 관행인 것 같다. 앞으로는 관객의 반응에 부응해야 한다. 오페라 공연을 그저 해야만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히려 어떻게든 무대에 올리면 할 일 다했다는 생각이 나오는 것이다. 출연자가 누구이든 관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공연의 모럴이다.
우선 대학 오페라를 학교행사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오페라는 대외적으로 좋은 공연을 가졌을 때 학교 홍보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따라서 대학 오페라는 성악과 교수들의 차원에서 준비되어서는 안된다(오페라가 성악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데서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의 출발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마땅히 준비위원회의 장은 학장이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총장까지 관여해야 한다. 출연진과 오케스트라는 주로 음악대학에서 제공하지만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참여시킬 수 있고 음악 이외의 파트는 다른 전공자와 협력해야 한다. 대학 오페라도 공연물인 이상 티켓을 파는데 전력투구해야 하고 이것 역시 학교에 이익을 가져와야 한다.
대학 오페라는 출연진이 보수를 받지 않고 연습을 오래 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일반 오페라단이 하기 어려운 레퍼토리를 개발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대학 오페라야말로 오히려 오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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